낙서와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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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송 2015. 10. 18. 23:02

 


사랑 / 이승훈 
그대 덥석 깨물고 싶은 저녁도 있고 
덥석 안고 싶은 저녁도 있고 
덥석 먹고 싶은 저녁도 있지 
덥석 주저앉고 싶은 저녁 
그대 덥석 움켜쥐고 도망가고 싶은 저녁 
그대 덥석 깨물고 싶은 저녁 
그러나 언제나 그대 손 흔들고 떠나네
[감상] 
시끄럽다. 주인공들은 즐겁고 평화로운지 모르겠다. 나는 점점 귀차니즘에 
가까워진다. 세계도 언어도 개체도 제 각각 공회전한다. 나는 선명한 이미지
와 소리를 찾는다. 사이버 방을 정리하다 서랍속에 있는 이승훈님의 사랑 시에 
눈길이 머문다. 사랑이고 싶은 삶. 참으로 간단 명료한 한 마디. 삶도 사랑도 
예술도 이별의 미학을 벗어날 수 없다 싶은데, 길 위에 소음이 좀 지루할 뿐이다.  
2010.04.22      


            

 

 

1

절망과 비탄의 사회적 분위기를 영화로 승화시킨(또는, 고발한)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의 천국의 전쟁을 보았다.
멕시코 영화는 처음 보는 게 아닌가 싶다.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을만한 영화를 보고나서, 포루투칼어를 쓰는 브라질 빼고 스페인(에스파냐)어를 쓰는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쿠바  상황이 우리와 비슷하다 느꼈다. 중남미 문학을 다시 떠올렸다. 주변국(?)미국의 자본에 먹혀버린 정부와 기득권세력의 결탁에 끝까지 저항했던 체게바라, 체에게 영향을 주었던 네루다...

 

2

2008년 겨울,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맞으며 비빔막국수를 먹었던 추억이 떠올라, 그 곳 둔내로 차를 몰았다. 가격을 올리지 않은 걸 보고 놀라, 주인 여사장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젠 올려도 될 것 같은데요, 하는 멘토를 던지고 나왔다. 

 

3

누적된 피로를 날려준 건 늦은 오후의 잠. 잠이 보약이다. 두 시간 정도의 잠이 말끔한 저녁을 선물하였다. 이런 저녁 기분도 괜찮은데 하며 아침인 듯 저녁밥을 먹는다. 

 

4

곱게 단풍든 나무들을 만나기 힘들다. 가뭄 때문이다. 2년 동안 만났던 코스모스길이 없어졌다. 보기 싫어서 베었을까, 가뭄 때문에 누렇게 시들어서 제초제를 뿌렸을까. 우리가 사는 이 곳에는 가끔 가뭄이 들기도 하지만 그 이유가 뭘까 스치듯 다시 질문한다.

 

대 여섯 번 덥석거리다 보니 저녁이 왔다. 아니 저녁부터 덥석거리기 시작했나. 저녁 그리고 덥석. 두 단어를 발음해 본다. 아무리 예쁜 단어라도 내 것은 아니겠지, 하며 먼저 손을 흔든다. 하루가 그대처럼 떠나고 있다.           

 

20150126-201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