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독백

詩

미송 2011. 3. 1. 19:55

 

시인 김수영은

다음 시를 쓰기 위해 여태까지의 시에 대한 사변(思辨)을 모조리 파산(破算)을 시키거나

혹은 파산 시켰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바꾸어 말해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정확히 말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

시(詩)이고 시인의 수행과정이란 뜻이다 

대륙의 기질을 지닌 그의 말 앞에 나는 오금이 저린다 

시인은 노가다꾼, 2%의 체력이 모자라 쓰러지는 장수들과 달리

튼튼해야 한단 말인가 

온몸으로 시를 쓴다니 머리도 사지도 잃고
몸통만 남아 온통 몸통으로 뒹굴고 뒹굴어서

강물이 가자는 대로 당신 가슴에 내리꽂혀 여울물 맴돌려도
거역할 수 없는 당신의 눈빛이 바로 시(詩)라고

박장락까지 말하고 있으니

대륙의 기질을 지닌 남자와 친하고 싶다 별안간

거칠은 입술과 여린 눈빛을 동시에 지닌 시인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이 사랑이고 그것이 바로

시의 형식이라고, 시는 허상의 이념이 아니라 삶이며 곧 사랑이라고

죽어서도 말하는 시인과  등신불이 되면서도 말하는 시인

사랑을 꿈 꾸는 현세의 사람들 시를 놓지 못하는 까닭 있으니

노역의 몸을 빌어 태어나는 결핍의 언어들이여

슬프고도 화려한 너희 승천이여 열정안에 서식하는 

단물과 쓴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