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영혼을 위한 은유적인 상상 외

미송 2011. 3. 31. 22:26

 

영혼을 위한 은유적인 상상 / 오정자

봄날과 어울리지 않는 바람소리 견고하다 틀 밖으로 신음처럼 흐른다 교주들만 늘어나는 소록도의 회복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봄꽃들 최면에 걸리면 어떡하나 고리를 끊지 못한 세뇌작업에는 학벌도 지폐도 효력을 잃어 주전자 속 개구리 제 살을 익히며 죽어가듯 위인들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종교는 억압받는 피조물들의 한숨이며  심장 없는 세상의 심장이며 영혼 없는 상황의 영혼이라고 웅변한 칼막스가 그립다면  무너진 것들에 대한 무모한 동경일까?

 

 

나비를 위한 직선적인 상상 / 오정자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 이상에는 슬퍼하지 마라
태양 아래 모양이 드러나면 그 자체가 다 존재이니>

인조잔디에 시선이 잠깐 주춤하는 오후 2시에
카오스 이론을 배경으로 한 영화 나비효과가 불쑥
떠 오른다 내 미흡한 공간 벽에 그려진
나비들을 보면서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왜 그리도 예쁜 거만 추종하는 걸까 뒤돌아서며

나비 나비 하고 연거푸 발음하면 내 지난 상처들과
머나먼 나비의 비상이 눈에 선하다
북경의 나비 날갯짓 한번 때문에 태평양에서 태풍이 발발하는
기적으로 내 품속에 허겁지겁 나비 수천 마리가
날아든다 나비들이 붙박이로 박혀있는 벽화 속으로부터
튕겨져 나오는 희망사항 아 내 예쁜 희망사항.

 

 

황홀한 소멸 / 오정자

안절부절 착한 캐릭터가
나의 단편을 늘려왔지 늘 그랬지 허락도 없이
주인공의 뜨거운 이마를 짚어주고 싶었지
그때마다 종횡무진 흔들리기 시작한 그 무엇 때문에
쓴 커피를 마시곤 하였으니 이제는
여름날의 황홀한 소멸을 듣는다
별 꼬리처럼 사라진 그녀
치매 속으로 함몰된 그녀의 그림자
골목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니
끝난 것이야 소설은 그러니까
소설 보다 긴 황홀만을 얻으려는 자는
불꽃이 녹아든 골목의 비밀을 모르는 자
내 소설의 주인공들 거의가 비슷하게 사라졌지
늘려도 늘려도 늘려지지 않던 
 외마디 너의 비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