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작가들

알프레드 드 뮈세

미송 2011. 4. 8. 19:38

 

Portrait de Musset par Charles Landelle

 

알프레드 드 뮈세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1810-1857)는 파리의 한 부유하고 교양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우아하고 매력 있는 이 청년은 인생의 여러 가지 복을 타고났는데 천재라는 귀한 복도 갖고 있었다. 총명하고 재기 넘치는 이 세기아는 인생의 여러 길 가운데 생을 살고 맛보고 즐기기 위해 결국 시를 택했다.

 

18세 때부터 임 유명한 위고의 문학 서클 등에 출입하여 재기와 환상으로 모든 사람의 주목과 사랑과 촉망을 받았으며 20세 되던 해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충물을 주제로 한 경쾌하고 재치 있는 시 <첫 시집>의 제1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사랑의 모험담, 극적인 멜로드라마 연극 <안락 의자에 앉아 보는 구경> 등을 출판하여 문단과 사교계의 놀라움과 찬탄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아직 23세가 채 되기 전에 만난 것이 조르쥬 상드라는 여자다. 상드는 30세의 풍만한 육체의 정열적인 부인으로, 가정에서 뛰쳐나와 소설가가 되었다. 두 사람은 곧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파리 근교 퐁텐블로 등에서의 아름다운 밀월 후 상드는 도피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베네치아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뮈세는 중병(뇌막염)에 빠져 생사를 헤매게 된다. 상드는 헌신적으로 그를 간호하나, 이 동안 뮈세의 주치의인 이탈리아인 파젤로라는 젊은 의사와 또 다른 사랑을 하게 된다. 절망과 질투에 빠진 뮈세는 한때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으나 병을 안고 혼자 귀국, 그 후 4개월 동안을 온종일 그의 방에 들어앉아 울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두 사람은 다시 화해하려는 노력도 있었으나 결국 영원히 헤어지고 말았다.

 

이 사랑과 갈등에 대하여 뮈세는 <세기아의 고백>이란 책 가운데 그 내막을 폭로했고 상드는 <그 여자와 그 남자>라는 책을 써서 자신을 옹호했다. 이 3년에 걸친 사랑과 파탄은 뮈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으나 다행히 이 위기를 통해 시인은 더욱 성숙해지고 인생과 예술을 보는 눈이 깊어졌다. 그리고 그의 시작 활동은 왕성해지고 열기를 띠었으며, 문체는 더욱 유려해져 가히 절창이라고 부를 만한 일련의 시를 남겼다. 즉 그는 1835년에서부터 약 6년 동안 '밤'이라는 제목의 네 편의 장시를 썼는데 '5월의 밤', '8월의 밤', '10월의 밤', '12월의 밤'이 그것이다. 이 영혼의 절규는 그의 시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고 유창하여 프랑스 낭만파 서정시의 걸작이라고 하는 작품들이다.

 

이 시들 가운데서 시인은 그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절망과 저주에서 벗어나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회복할 수 있느냐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그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이 인생과 예술 창작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를 찾고 있다. 인간은 고통과 슬픔을 통해서 더욱 깊어지고 힘차지고 이를 통해서 비로소 자연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고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의 만년은 비참한 것이었다. 그는 30세에 이미 노성한 폐인으로 그 후에도 몇 편의 시, 몇 개의 단편 소설, 그리고 큰 성공을 거둔 연극 작품도 있었으나 지나친 음주와 무절제한 생활로 그의 정신과 육체를 조기에 마멸시켜버렸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기도 한 그가 47세의 나이로 소식 없이 죽었을 때에는 겨우 30명 내외의 친지가 모여 그의 관을 따랐다고 한다. 뮈세의 무덤은 파리의 몽마르트르 근처에 있는 페르 라셰즈 공동 묘지 안에 있는데 그 무덤 옆에는 그의 희망에 따라 한 그루의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의 묘석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6행시가 새겨져 있다.

 

"내가 죽거든, 내 친구들이여 / 무덤 위에 버들 한 그루 심어주오. / 나는 그 늘어진 잎새를 좋아하며 / 그 푸른 빛깔은 부드럽고 다정해, / 내가 잠자는 땅 위에 /산뜻한 그림자를 드리울 거요."

 

뮈세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듯이 '낭만파의 응석동이' 혹은 '무서운 아이'였다. 모든 재능과 자질을 겸비하면서도 사회적 안목과 도덕적 척추가 결여된 그는 자연히 인생의 향락과 청춘의 구가에 온 정력을 소진했다. 특히 음주와 연애 행각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그는 사랑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방탕아는 이러한 사랑의 편력 가운데서 사랑의 본질을 추구했고, 그 고뇌를 체험했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고, 그 가치를 찾으려 했다. 이러한 노력과 싸움은 성실하고 진지하고 강렬하여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데가 있었다. 그는 '비애'라는 시의 끝에서, "이제 이 세상에 남은 나의 유일한 재산은 / 때로 눈물을 흘렸다는 일"이라고 했는데, 그 대신 "때로 사랑을 했다는 일"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뮈세는 사랑의 시인이었다. 그는 사랑의 절대성을 믿었고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변치 않는 유일의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대의 뼈는 관 속에서 먼지로 남으리라. / 그대의 기억도 이름도 명예도 사라지리라. /그러나 그대의 사랑만은, 만일 그 사랑이 그대에게 귀한 것이라면 / 그대의 영원한 영혼은 이 사랑을 기억하리라."

 

사랑의 절대성을 믿었던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랑하였다는 그 사실, 그 추억은 이 세상의 다른 어떤 행복보다도 감미롭다고 믿었다. 그가 옛날 사랑을 주고받던 곳에 돌아가 보고 그는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단지 이렇게 말하리라 ; 이 때 이 곳에서 / 한때 나는 사랑받았고 사랑했고 / 그녀는 아름다웠다. / 나는 이 보물을 내 영원한 영혼 속에 묻고 /하늘 나라로 가져가리라."

 

이러한 생각과 믿음은 그의 지식이나 사고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의 심정에서, 그의 감정에서 그대로 우러나온 것이다. "예술가나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또 "네 가슴을 두드리라, 거기에 천재가 있다" 라고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시는 영원히 낭만파에 속하며 이 영원한 감정에 대해 그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표현을 주었다. 이것이 그로 하여금 낭만파의 4대 시인의 하나로 꼽히게 했으며,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흥미롭고 근대적인 가치라고 하겠다.
 

 

창백한 저녁별

 

석양의 베일을 제치고 빛나는 얼굴을 드러내는
먼 속에서 온 사자, 창백한 저녁별이여,
창공 속 그대의 푸르른 궁전에서
그대는 이 들판의 무엇을 바라다봅니까?

 

폭풍우는 물러가고 바람도 잡니다.
떨고 있는 숲은 히드 황야에서 울고 있소;
금빛 나방이 가벼운 날개를 치며
향긋한 초원을 지나갑니다.
그대는 잠든 이 땅 위에서 무엇을 찾습니까?
그러나 이미 그대는 산봉우리 쪽으로 내려오고 있소;
그대는 웃음지으며 도망갑니다. 우수의 친구여,
그대의 떨리는 눈초리는 꺼질 듯합니다.

 

푸른 언덕 위에 내리는 별이여
칠흑의 밤 망토 위에 달린 슬픈 은의 눈물 방울,
목자가 타박타박 걷는 긴 양 떼를 거느리고
길을 가며 멀리서 쳐다보는 그대,
별이여, 이 무한한 밤 속에 어디로 가는 겁니까?
강가의 갈대 숲 속에 잠자리를 찾으려는 겁니까?
그렇잖으면 아름다운 별이여, 이 고요한 시각에,
그대는 한 알의 진주알같이 물 속 깊이 떨어지려는 겁니까?
아아, 그대가 죽어야 한다면 아름다운 별이여
만일 그대가 금발의 머리를 막막한 바다 물 속에 던지려 한다면
우리를 떠나기 전 잠깐 멎기를;
부디 하늘에서 내려오지 말기를, 사랑하는 별이여!
   

 

슬픔

나는 나의 힘과 삶을
그리고 친구와 기쁨을 잃었다.
나의 천재를 믿게하던 자존심마저 잃었다.
진리를 알았을 때는
그것이 친구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이해하고 느꼈을 때
나는 이미 역겨움을 느꼈다.
그러나 진리는 영원한 것
진리를 모르고 지내는 사람은
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신이 말씀 하시니
우리는 대답하여야 한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

 

 

 

George Sand(조르주 상드1804~1876)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여성작가. 조르주 상드는 사랑이 넘치는 자유인이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 몰입했지만 헤어질 땐 매몰찼다. 그러나 매순간 진심이었다.

사랑으로 시인, 피아니스트, 조각가 등 예술가에게 풍부한 영감을 안겨준 그는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설도 완성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물기 가득한 검은 눈동자를 가진 상드는 첫 남편인 카지밀 뒤드방 남작과 이혼한 뒤, 전 남편과 어린 자식은 시골 저택에 남겨둔 채 혼자 파리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본명 아망딘 오로르 뒤팽을 버리고 `조르주 상드`란 필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이름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도 완전히 바꿨다. 남자복장을 즐기고 담배를 피우며 당시만 해도 드물게 남자들과 대등하게 문학을 이야기하고 혁명을 논했다.

상드는 연애할 때도 늘 자신이 관계를 주도해갔다.
상드는 29세에 23세의 시인 뮈세와 연애를 시작했다. 조숙하고 예민한 뮈세는 술과 도박에 찌들었지만 상드를 자신의 영혼이 쉴 수 있는 안식처로 여겼다. 뮈세의 끊임없는 구애로 상드도 마음을 열었지만

개성이 강한 두 사람은 늘 부딪쳤다. 늘 싸움에서 밀리던 뮈세는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이고 결국 그들은 헤어진다.

 

그 다음해 상드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을 만난다. 병약한 쇼팽의 애처로운 모습에 모성애를 느낀 상드는 먼저 그에게 손을 내민다. 쇼팽에게는 약혼자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10여년을 함께 보낸다. 인후결핵에 걸린 쇼팽은 병이 점점 깊어졌지만 상드의 보살핌 속에서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영원할 듯하던 둘의 사랑도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쇼팽을 돌보는 데 지친 상드의 마음은 쇼팽에게서 떠났고, 약하고 소심한 성격의 쇼팽은 이를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쇼팽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 상드를 보고 싶어했지만 상드는 열세 살 연하의 조각가 망소와 다시 사랑을 불태웠다.

지금은 뮈세와 쇼팽의 성공을 이끈 여인으로
상드의 이름이 더 또렷히 새겨져 있지만

그녀는 늘 사랑을 꿈꾸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가시가 있는 줄 알면서도 덤불 속에 손을 넣듯,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늘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던 것일까.

 

덤불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꽃을 더듬는 내 손 거두지 않는다.
덤불 속의 모든 꽃이 아름답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꽃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기에

꽃을 꺾기 위해서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감내한다.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 조르주 상드 "상처"中에서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

 

5월의 밤  

 

시의 신

시인이여, 거문고 들고 노래 불러라

아름다운 장미꽃 봉오리 열리고

이 저녘에 바람 따사로와, 봄이 왔으니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할미새 한 마리

초록빛 날개 퍼덕여 가지에서 지저귄다

시인이여, 거문고 들고 노래 불러라

 

시인

골짜기의 경치는 갑자기 어둠에 잠겨

꿈속을 방황하듯 희미하게 보이고,

너울 쓴 아름다운 모습을 한 봄의 여신이

숲 근처에 화사한 모습을 드러내어

미끄러지듯 들판을 걸어오고 있는데

여신의 맨발 앞에 빨간 꽃 피어 있구나

꿈인지 현실인지, 눈에 보이기는 하건만

지금이라도 사라질 듯한 풍경이어라.

 

 

잊지 말고 생각하시오

 

잊지 말고 생각하시오 만일 운명이

나를 그대로부터 영원히 떼어 놓거든

내 슬픈 사랑을 생각하시오

헤어진 그 시절을 생각하시오

내 마음이 살아 있는 동안은

내 마음 그대에게 말하리라

잊지 말고 생각하시오 하고

 

잊지 말고 생각하시오

차디 찬 땅 속에 내 찢어진 마음 잠들거든

잊지 말고 생가하시오 쓸쓸한 꽃잎이

하나둘 내 무덤 위에 피어오르면

그대는 다시 나를 못보시겠지요

하지만 죽지 않은 이 넋은

정다운 누이처럼 그대 곁에 돌아가겠지요

마음 가다듬고 밤을 들으라

속삭이는 소리 있어

잊지 말고 생각하시오 하는 것을.

 

 

유령처럼 흰 사시나무는, 저녁이 되어도 더 이상 당신에게 길을 가르쳐 줄수 없지 않나요. 당신이 신음하고 있는 고통이 아마도 당신을 지켜주었을 거예요.

 

 하지만 어느날 세상이 아무것도 아닌

 그런 지고의 순간이 너에게로 다가갈터

 그때 내 경의를 기억하기를!

 

 기쁨 혹은 고통속에서 너는 발견하리라.

 네 손을 잡는 보잘것 없는 내 손을,

 네 심장의 이야기를 듣는 보잘것 없는 내 심장을.

 

-알프레드 드 뮈세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