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천양희 <누가 말했을까요>

미송 2011. 4. 13. 14:16

 

 
 
 제비꽃

 

   누가 말했을까요 /  천양희 

 

    누가 말했을까요? 

    살아 있는 것처럼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생명일 때 기쁘고 기쁨은 곧 마음의 길을 열어 
    숨은 얘기 속삭인다는 것을 

    여린 잎 속의 푸른 벌레와  생각난 듯이 날리는 눈발과 
    훌쩍거리며 내리는 비가 
    얼마나 기막힌 눈(目)이라는 것을 
    그토록 작은 것들이 세상을 읽었다는 것을 

    누가 말했을까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런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자연일 때 
    편하고 편함은 곧 마음의 길을 열어 
    숨은 얘기 속삭인다는 것을 

    뒤꼍의 대나무숲 바람소리와 소리없이 피는 꽃잎과 
    추위에 잠깬 부엉이 소리가 
    얼마나 기막힌 소리인가를 
    그토록 작은 것들이 세상을 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보았다는 것을 
    하늘이 텅 비어 있었다는 것을

 

 <시감상>
2연, 4연에 등장하는 세상을 읽는 것들과 듣는 것들, 그 소재素材의 아포리즘aphorism 적 표현이 무척이나 마음을 설레이게 하네요. 테두리가 설정되지 않은 하나 된 생명 안에는, 환희의 속삭임과 물기 어린 눈매 그리고 물아일여가 된 무희舞姬 와 기막힌 소통의 바람소리가 공존합니다. 저리도 각각이서 아름다운 소품들이 우리들 눈 안으로 가득 들건만, 하늘이 텅 비어 있다니요. 그래요 그건 아마, 누구도 말해주지 않을 비밀일거 같은데요.

 

 

 

 Rainy Lilac / Tomoyuki Asaka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