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화급하여 즉흥적인 말

미송 2011. 4. 17. 07:26




    ▲ 에곤 실레, 추기경과 수녀


    화급하여 즉흥적인 말 / 오정자 

    창문을 여니 아침
    아침이라 창문을 연 건 아니네
    사각물방울들 시야에 세워진 바깥
    죽기 전 꼭 한번 바다에 가보고 싶다던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던 내 소설 속 남자의
    거짓말 같은 대사가 휙 지나네
    나무가 보이지 않네 새소리가 들리네
    반듯하고 동일한 문들이 여기저기로 날 분해해 갔던
    이름 모를 블로그들이 간직했을 이름
    클릭 클릭했던 내 이름이라도 이젠 누구의 것도 아니네
    아파트 회색 입들이 아직은 조용하네
    불교에선 지옥을 뭐라고 불러 응
    그냥 지옥 지옥도 여러개야 그럼 방도 많겠네
    희한해 난 너무 밝아 좀 밝히지
    걱정 마 해도 밝히는걸 뭐
    저녁 무렵 밤 미명 동트는 얼굴
    다 좋아해 하루 동안 찰깍 1초 동안
    사계가 우당탕 서늘하게 지나가네
    아침이라 창문을 연 건 아니지만
    아침이니 지옥이란 단어도 떠오르네
    아이로니 아이러니 오우 발음이 어정쩡한
    어이 하는 소리보단 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