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안개의 주소
미송
2011. 5. 17. 00:40
안개의 주소
빈 언어
진화된 먼지의 전자파 율동
뜨겁고 차가운 만남의 물방울
퍼즐의 틈새를 메우려는 구름의 배려다
묵언 끝 단 하나의
잡히지 않는 사물을 걷어내려 나는
집 밖으로 나선다
벗어나야할 것 조차 잊은 체
만질 수 없고 발성되지 않는
침묵만이 구르는
안개는 어디에 사는가
대관령 7번 국도 터널 입구에
경포대의 겨울 밤바다에
과거 속 어딘가에
그의 거처를 헤매이다 돌아오던
내가, 안개의 주소였을까.
언어에는 중도(中道)가 없다. 꿈꾸는 사랑도 궁극의 구원도 상극의 언어와 함께 간다. 천지는 그리 어질지 못하여 한 점 자연에 불과한 인간은 매순간 제 모양을 바꾼다. 그러나 언어의 주술성을 믿고 언어의 마술에 쓰러지기도 하는 우리, 우리가 곧 언어의 집이며 그 안에서 재회를 희망하는 존재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