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갯벌을 가진 벌교 앞바다 여자만의 꼬막은 예로부터 유명했지요. 벌교에서 꼬막을 사면 가까운 시장 뒷골목 밥집들에서 꼬막을 삶아줍니다. 불 옆을 지키고 섰다가 “바로 지금이요!” 딱 맞춤하게 꼬막을 익혀 내놓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에는 위풍당당함이 있지요. 이 싱싱한 자긍심에 슬며시 끼어든 시인의 친구 ‘광석씨’의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꼬막밭 농사도 소출이 많아야 신이날텐데 자꾸 소출이 준다는군요. 이유인즉슨, 썩은 것들 깨끗이 갈아엎는 태풍이 없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요. 자연이나 인생사나 ‘바로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 있는 거지요. 고인 채 썩어가지 않도록 때맞춰 스스로 태풍을 일으키며 살아야 하지요. 그걸 잊으면 시나브로 ‘영 시원찮아진’ 꼬막 신세 될지도 모릅니다.
문학집배원 김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