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話, dialogue 2
우체국 앞, Angel-in-us coffee점에서
아기천사가 그려진 머그잔 두개를 샀었죠.

우리는 장식을 한 커피를 잘 안 마셔요.
메뉴도 잘 안 바꾸고 걍,
아메리카노 찐한 걸로.

한동안 테라로사니 보헤미안이니 바닷가 커피하우스
커피공장으로 다니며 커피 기구들을 샀었죠
지금은 걔네들 아마 수면 중인지 조용해요.
이름모를 들꽃과 이국적인 커피 어울릴까요.

한 밤에 깨어나 홀로 마시는 커피는 분명
그리움.

하와이 코나,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콜롬비아
킬리만자로, 이디오피아 카, 로부스타
원두커피에는 신맛이 조금씩 들어있죠.
그 중에 콜롬비아와 블루마운틴을 마셔본 듯 해요.

흰 레이스 달린 침대에서 자고 난 아침
방 바닥에 놓인 자그만 갈색 커피잔 두개
너와 나였으면.

당신의 호흡이 깊어갈수록
나의 커피가 점점 진해진다는 걸 기억하시길.
저녁 무렵 문득, 한 모금 남은 커피를
들여다 보다 신문에 깨알같은 글자들이
당신으로 보인 적 있었죠.
각진 설탕을 넣어도 네 속에선
정체도 없이 녹아버려,
모질게 돌아설 수 없는 사랑.

전생을 운운하면서 매일
死藥을 드미는 너는
누구세요.
책이 졸고 있을 땐 커피잔도 비었을 때.

자판에 커피를 엎지르면 어떻게 하냐구요?
그냥 세탁기에 돌려서 빨면 돼요.

칫, 지만 따라 마시궁.
귀여운 찻잔은 누구의 분신.

밥이 더 절실한
그 남자의 커피잔
옆에 밥숟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