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가련하여 아름다운 것들

미송 2014. 11. 17. 22:11

 

 

 

가련하여 아름다운 것들 / 오정자

 

색의 배경인 빛이 희미해지기 시작할 무렵

자동차들 속도를 내는 주행이 위험한 시각

느티나무 앞에서 지퍼를 내리는 한 소년

소년의 방뇨를 느티나무가 보고 있습니다

비의秘儀를 집행하는 접신자처럼

소년이 오줌을 여기저기 뿌리고 있을 때

길 아래 누워 계시던 아버지들 곤혹스러워 합니다

그때 느티나무가 별안간 어깨가 시렸는지

아버지들의 신음을 대신하여 밟고 온 길을 반성합니다

프레임 속 보물지도

무늬와 무늬로 이어진 절벽과 바닥

느티나무의 공력이 길에 대한 잠재의식을 열고 있을 때 

소년도 느티나무의 자책도

꿈속으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정우영님의 '우리 밟고 가는 모든 길들은' 변용(變容)

 

 

 20110616-201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