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독백

아침산빛

미송 2011. 9. 8. 08:24

카니발 (carnival)...

그룹명인지 가수명인지, 그들의 '거위의 꿈'이 피아노로 흐른다

총맞은 것처럼 여기저기 구멍 나고 녹슨 내 자동차 이름도 카니발.

13년 전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의 너의 모습은 참 쌩쌩했겠지,

 

쎄이방송국 '비의 나그네' 고정 청음자가 되어 있는 나는

볼륨을 열고 첫 귀에 닿는 카니발로 끄적임을 시작한다.

 

그러는 시간은 오전 일곱 시 오십 분.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뚜껑을 한 번 더 열어 보고

다시 자리에 와 앉는다. 그새 음악이 바뀌었다.

쪼각쪼각 썰어서 파는 미역은 예전 산모미역의 길쭉하고

-사실 넘 징그럽게 길었지만- 걸쭉한 콧물을 지닌 건

아니지만 오늘 아침 미역은 그래도 제법 부드럽고

하늘하늘 온탕을 춤추고 있는데,

 

한 방울 설탕커피를 쪽 마셔버린다.

나이들 수록 단것이 자꾸 당긴다며 서른 초반의 목사 사모를

유난히 유혹했던 미니스터, 승준-스폰서, 완죤 물주-의 말이

스쳐가고 있다. 아니 옛날깐날에 다 지나갔던 말.

 

그래, 넌 아직도 그 피아노 소리에 진력도 안 나니?

살아 있으니 되었다 이 계집애야, 생사만 확인하면 곧장 사라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이메일, 은주. 그녀 말이 피아노처럼 느껴진다.

 

그렇다 해 두지 뭐 까짓 것..볼 것도 아닌데.

 

비스듬 누워 베란다 밖으로 비치는 아침앞산에게 유심해진다.

저 산 빛깔도 하늘색깔을 붙좇나? 바닷물처럼?

아니 산은 바다처럼 안 그래. 산은 투명한 물이 아니잖아.

그러니 자기 산색에다 하늘색이 결합되어진 색이 보이는 거지.

아하 그렇구나. 사람처럼 산도 자기 색깔이 있었지 참.

 

여름매미 소리가 뚝 그쳤습니다.

7년 간 애벌레로 알 속에 살다 7년 만에 부화되는 매미는

한 여름, 여름 한 철 울다 울다 지쳐 자기짝을 만나고 교미를 합니다.

알 속에서 도대체 매미 녀석은 뭘 하고 놀았을까요.

그야 매미 각자의 맴이라서 기웃기웃 맴맴 맴도는 인간은

그 속을, 알 속의 전생을 다 풀어낼 재간이 없습니다.

길어봐야 7월과 8월이었군요.

아하, 그리 계산하자니 월력에 따르자니

나의 시끄러운 노래도 한 해 언제나 여름에 더 극성스러웠습니다.

한두 달 살다가 돌아가시는데요.

매미님은 어디로 가십니까요 물으려니 그 보다 더 짧은

하루살이-풀벌레, 인생, 더럽게 짧은 키스-부류의 것들이 덩달아

둥둥 제 입술을 띄우고 있습니다.

나도 한 번 나도 한 번만 하면서

아주 큰 목청을 긷고 있습니다.

찰나의 번쩍하는 그 스파크 일렁이는 마찰

음음 슬프다 슬프다 대자하신 임이시여

당신의 대비 역시 큰 슬픔이외다,

가을은 또, 한 부질없는 읊조림을 따라

허벅지 써늘하게 움츠려드는 아침 문을 통해 오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