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독백

그 많던 문자들을 누가 다 먹어치웠을까

미송 2011. 9. 29. 08:39

그 많던 문자들을 누가 다 먹어치웠을까

 

언제부터 사람들은 이토록 문자를 좋아했을까. 나뭇가지에 달린 물방울처럼 문자에 문자에 문짝에 매달려 곧 힘이 풀린 손아귀를 풀 때가 있을 거란 예감을 했을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길 위로부터 들려온다. 찰박찰박 부딪혀 올라오는 소리는 애초의 바닥 치는 소리를 전제하기로 정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냥 무심히 빗소리를 듣는 한 주체가 있어 올라옴도 바닥도 또...

 

(모닝커피를 주문하며 눈 뜨는 남자를 느낄 뿐이다)

 

중요한 문장엔 밑줄을 긋고 모르는 문장엔 의문부호 대신 괄호를 치면서 문자들은 논다, 종종 지들끼리 놀다 돌아가시기도 한다. 차오른 문장들이 그 오버의 힘으로 밀려들기도 하고 와르르 범람하기도 하다가 시간이 된듯 사라지기도 한다. 사라진 것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쉼터에서 잠시 잠시 동안 문자의 어깨를 두들기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시공간 그 어디에서도 가능한 것. 모든 문자들은 한 점 한 점 작은 자신의 발자국 안에서만 놀 뿐, 한 번도 다른 발자국에 정확하게 조준된 적이 없었다. 무수한 문자들을 날리고 무수히 반송되기도 하며 미아가 된 우주를 씨익 외면하며 영영 사라지는 별처럼 떠나기도 한다.

 

문자를 찍기에 문자가 찍히기에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지금은 내 몸 속에 말들을 다 늘어놓기엔 부적절한 환경. 또 다른 환경으로 공간으로 자리이동을 할 시간엔 그저 문자 그 안에서만 영원할 것들을 상상하며 문자는 문자대로 나는 나대로 빗소리는 빗소리대로 손가락은 손가락대로 각각의 분립을 받아들여야 할 때.

 

시간은 흐르고 유구하게도 사라지지 않은 저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들과 상형문자의 암호들을 해독하기엔 우린 너무 오래 시달려 왔고 너무 빨리 살아왔다. 그건 너의 말도 너의 못 다한 말도 그렇다. 나의 반송된 너의 말처럼 문자들이 빗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시각이면 초조하게 다만 숙제처럼 빗소리를 또 듣는다. 저 많은 빗물들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이며 언제 다시 돌아올 것인지 그 많던 문자들은 누가 다 남모르게 도색해 버린 것인지 의문에 찬 시계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문자를 찍을 때면 손가락을 움직이는 마이더스의 느낌이 손끝에서 손끝으로 빠져나갈 때면. (OHjj)

 

*Midas 미다스 ; 손에 닿는 것을 모두 금으로 변하게 한 Phrygia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