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뜨거운 커피

미송 2011. 11. 6. 10:48

 

황학주 케리커쳐

 

 

거운 커피 / 오정자

 

꽃무늬 커피잔에 펄펄 끓는 물을 부으면

커피 가루가 숙명처럼 물 속에 녹습니다

나는 황급히 커피를 마시고

입술에 화상을 입습니다

내 인생 언저리에 망울망울 물집이 생깁니다

친정엄마가 보낸 택배상자를 보면서

어느새 나는 내 엄마가 됩니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손가락을 얼레빗 삼아

헝클어진 머리를 몇 번 쓸어 올립니다

내 얼굴도 엄마만큼 단정해집니다

피가 몸 안에 차츰씩 차츰씩 스며듭니다

무심코 계단 앞에서 벽의 시계를 봤더니

시침과 분침이 겹쳐 포개져서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