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군요
아침이 밝았군요
국회가 서민 복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을 정부안보다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새해 예산을 어제 31일 확정했다 고, 한다. 눈이 번쩍 뜨인다. 그야말로 새해인가. 이것은 새 소식이 분명하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개의 안건이지만 내 입장에선 복지에 관해 더 민감해진다. 대표적인 취약자 아동과 노인, 그들에게 미치는 국가적 혜택이 곧 나의 직업과 일자리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이란 나라는 노인 한 명당 세 명의 도우미가 따라 붙는다고 하는데, 위급할 때 사소한 보호의 손길이 필요할 때 하물며 심심하고 적적할 때까지 노인들은 복지 근로자를 부를 수가 있다. 부를 때마다 성실하게 달려가는 건 책임감 때문만이 아니라 복지철학에 근거를 둔 것이니, 고령화를 체감하는 우리나라도 역시 복지 개념을 삶의 바탕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3천800억개 확대, 복지지출 비중 28.5%…정부안보다 0.3%p 상승, 재정지원 일자리와 사회보험료 확대, 0~2세 무상보육 전면실시…복지예산 6천700억 증액. 어쨌든 국회 심의를 거치며 나타난 최대 특징은 복지 분야의 대폭 증액이라고 하니, 반갑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0~2세 아동에 대해 국가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해 보육예산을 1만8천647억원으로 늘리고, 월 5만원을 지급하는 보육교사 근무환경 개선비의 지원 대상을 보육교사를 겸임하는 어린이집 원장까지 포함해 관련 예산 462억 원을 확정했다니, 어젯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문자를 날린 가정어린이집 원장 얼굴이 또 번쩍 떠오른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정부안(1조5천억원)보다 2천500억원 늘렸다. 든든학자금(ICL)의 대출금리를 4.9%에서 3.9%로 내리고, 성적요건을 평균학점 B에서 C로 완화했다. 학부모 실직 등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한 학생에게 최대 2년까지 학자금 상환기간을 연장한다. 노인과 아동 등 취약층 지원도 강화된다. 전국 6만2천개 경로당에 겨울 난방비를 1개소당 월 30만원씩 6개월 지원하는데 539억 원을 배정했다. 노인 돌봄 종합서비스 수혜자를 정부안보다 늘려 3만1천125명으로 정했다.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를 월 400만원에서 410만원으로 늘려 3천500개소에 지원하고, 고아원 등 노후아동시설 보강사업 예산을 76억 원으로 정부안보다 13억원 늘렸다. 새해 복지예산은 정부안보다 6천676억원 늘어 총 92조6천억원 규모로 정해졌다. 총지출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부안의 28.2%보다 0.3%포인트 늘어난 28.5%다. <기사내용>
대학을 두 학기 남겨둔 큰 아이의 장학금 조건도 유리해진 것 같고, 우리 녹색가게에 출근하시는 칠십대 모친의 경로당 난방비 걱정도 줄은 것 같고, 매일 낑낑대며 운영한다는 아동센터 친구에게도 여유있게 전화할 수 있을 거 같고, 아무튼 이하의 내용들은 스크랩하는 분위기라서 생략을 하지만, 좋은 소식들에 시름을 풀어놓는다. 복지 예산이 얼마나 살갑게 닿을런지 그 미세한 차이가 아직 예감되진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개인의 복지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두세까지 포함된 나의 세금들이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 돈의 흐름과 위력을 헐값으로 여기거나 소비를 위한 소비만으로 사라지게 해선 안 된다는 것.
오늘이 과연 새 아침이라면 나부터 복지에 대한 소명의식과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강조한 직업과 삶에 있어서의 재생산의 가치를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부스스한 눈을 씻으면서, 새해의 흥분을 마치련다.
2012 첫날, 오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