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신화
법륜<붓다, 나를 흔들다>
미송
2012. 1. 7. 15:00
골목에서 한 아이가 정신없이 놀고 있다. 순간, 한 모퉁이에서 트럭이 돌진해온다. 아이는 갑자기 커다란 외침을 듣는다. "빨리 피해!"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옆으로 비켜선다. 세월이 한참이 지난 뒤, 그 아이는 승려가 되었다. 쉰이 넘은 어느날, 참선을 하다 삼매에 들었다. 순간, 눈앞에 한 아이가 골목에서 트럭에 치일 뻔한 장면이 나타난다. 노승은 전신으로 아이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빨리 피해!' 결국 그 옛날 자신을 구해준 목소리는 수십 년 뒤의 '자기'였던 것. 정화 스님이 일본의 한 사찰에서 수행하실 때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 아니 과거의 나를 구한다고? 영화 <터미네이터>, 보르헤스의 소설 따위에 나오는 황당한 픽션이 아니다. 요컨대 미래와 과거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도 끝도 없이 맞닿아 있다. 그래서 '깨달으면 지금 좋고, 미래만 좋은 게 아니라 과거까지 좋아진다.'
-법륜 <붓다, 나를 흔들다> 샨티, 2005. 18쪽
20120107-2023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