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안희선 <손짓하는 낡은 시계의 추억>

미송 2016. 10. 11. 08:16

 

 

 

짓하는 낡은 시계의 추억 / 안희선

 

허망한 세월이 잠긴 방황의 시간이 내 안에 쌓여,
나는 이따금 낡은 시계가 된다
녹슬었지만, 영혼 떨리도록 꿈꾸는 時針과 分針의 손짓
손끝에서 쓸쓸하니 묻어나는 유서 같은 지난 가을의 낙엽들
세상 속에서 길 잃은 것들은 어쩌면 저리도
까닭없이 고요히 죽어가는가


긴장한 고요의 심장 소리처럼 배회하는 이 낯선 공간이
내 앞에서 황량히 발가벗어도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도 그곳에 있어,
맥없이 풀린 행복의 근육을 쓰다듬는 내 추억은
슬프도록 남아있는 환상적인 기대에 가 닿는다


끈질긴 그리움이 나를 더듬어, 숨소리 짧은 시간의
상처같은 이별은 흐릿한 體鏡에 비추인 텅 빈 가슴

 

 

외로움을 닮아가는 하늘 아래,
차마 떠나지 못하는 나의 사랑이 내게 손짓한다


너의 이별은,
내 품 안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 아일랜드 출신의 싱어송 라이터 찰리 랜즈보로Charlie Landsborough. Irish Country Music 분야를 개척한 그는 목가적인 매력을 지녔다. Love You Every Second. 가사의 일부다.


순간순간이 소중하니 한 순간이라도 낭비하지 마세요 / 지나간 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 때로 사랑은 시간이라는 바다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은 변함없을 겁니다 / 그대가 바다의 한 방울을 지니고 내게로 온 것은, 신께서 허락해 주신거란 걸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때로는 자신이 낡고 녹슨 시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은 마음이 오랫동안 해 오던 소리일 수 있다. 가도 가도 낯선 세상 속에서 두리번거리는 시계의 전율. 외롭고 고단한 추억 속, 풀려 버린 태엽 속 그 어디에나 만재할 듯 손짓하는 추억들. 도무지 져버릴 수 없는 약속 때문에 시계는 마지막 숨결을 전신거울에 비추고 서 있다. 정녕 떠나지 못하는 건 추억, 보듬던 것들 그러나 결국 떠날 것이다. 노래의 온기 속에서 추억 속에서 되살아 날 것만 같은 낡은 시계의 시침소리, 할아버지의 괘종시계를 노래하는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


길고 커다란 마루 위에 시계는 우리 할아버지 시계 / 이 시계는 내가 세상 태어나던 날 선물 받은 시계란다 / 언제나 정답게 흔들어주던 시계 할아버지의 고물시계 / 이제는 더 가지 않네 가지를 않네 / 백 년 동안 쉬잖고 똑딱똑딱 / 할아버지와 함께 똑딱똑딱 / 이제는 더 가지 않네 가지를 않네.

 

-낡은 시계에 대한 단상

 

20110627-201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