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어느 한 계절엔
미송
2012. 5. 4. 11:07
어느 한 계절엔
고불고불 길을 내려가다 불빛을 담기도 하는
여행이란 꿈
바람에 훨 날아도 좋을 정동진
모래시계 속에는 초침이 없지
기우뚱한 소나무 하나 있어
나무 계단 오르면 원액의 커피와
어느 쪽에서 봐도 비명을 지르는 바다
돈키호테의 창에도 부서지지 않을 방패를 들고
바다가 호수의 바닥을 들여다보던 이유가 있었대
호수의 순한 물길이 그리웠을까
바다의 횡포에 피투성이가 된
빨간 꽃 진한 빛을 띠어갈 때면
그 끝에 닿아도 좋을 일
생사의 포물선 아래 울음 터뜨려도 좋을 일
밤 폭죽소리에 목젖이 다 보이게 웃다가
웃기에도 짧은 시간들 헹구고
감쪽같이 떠날도 좋을
2008, 오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