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황동규<즐거운 편지>

미송 2012. 6. 5. 07:55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맬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언제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오랜만에 황동규님의 '즐거운 편지'를 다시 듣습니다. 이 시를 들으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죠. 1997년도에 나온 영화 '편지'예요. 아마 몇 번은 울었을 거예요. 그 후로 10년이 지났을 즈음, 제법 차분한 목소리로 시를 읽었습니다. '반드시certainly..'란 시어에 아쉬움과 울먹임을 녹음해 두었어요. 시인은 대중적인 노래로 자신의 시를 불리우게했으니 성공한 셈인가요. 솔직히 지금은 저 시가 그닥 완벽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그땐(영화를 볼 당시, 녹음하며 울컥하던 당시) 전율이었죠! 그럼, 거울 속에서 한번  더 씨익 웃어 볼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