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나뭇잎 연서

미송 2012. 6. 15. 09:36

 

 

 

 

뭇잎 연서 / 오정자

 

가을 익어가는 따가운 소리가

햇살위로 부채처럼 퍼질 때

나뭇가지에 걸린 한 장의 붉은 이파리는

말을 하지

 

달무리 꽃길 찾아 나뒹굴

낙엽이 되기 위하여 온 가을 내내

단물을 들이고 있는 중이라고

 

청색과 회색빛으로 물들이다

끝내 붉게 물들어가는 이유는

변명할 길 없어 미안한 마음 때문이라고

 

은단넝쿨 담장아래 밤새 부르던 노랫소리도 그치고

전음顫音 위 비둘기의 울음도 멈추어

고장나지 않은 시계時計의 약속만이

시절의 흐름을 말하는 지금은

여기까지의 달음박질에

감사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할 때

기억해보라 얼만큼 사랑 받았는지를

여기서 더하기는 사랑이 아님을

 

순환이 멈추고 낙엽 떨어지지 않는 계절이 와도

여름 가을을 알고 있는 우리

그 사랑을 잊지는 않아

 

마지막 감사가 진정이기에

밤새 더 붉게 물들어 버린

나뭇잎에게 말해 주었지

지금까지 데펴준 사랑에

나 영원히 행복할거니

미. 안. 해. 하. 지. 말. 아. 요

 

2005,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