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품들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비쳐 드는 아침이었어요.
화단과 화분들에 담겨진 나의 가족들에게 눈길을 주었죠.
이름을 모르겠는
요 얇은 풀잎은 돌멩이 옆에서 제법 의연하네요.
손아귀로 한 움큼 잡아 뽑아도 매양 그 자리에서 또 솟아 나오는
귀여운 풀 질긴 풀. 행운의 네잎 클로버라 불러두죠.
전에 살던 주인이 쓰라고 두고 간 부삽.
참 요긴한 물건입니다.
내 서재 밖에서 찍은 창틀 위 선인장과 토기 물주전자.
외식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만 원 주고 샀었던 헬리오토톱(초코향허브)
화분에서 담장 밖 화단으로 옮기자 비실비실하게
다 죽어가던 헬리가 싱싱하게 살아났었죠.
이번 태풍비에 이파리가 좀 상했군요. 쯪.
호스로 물을 뿌려대고 슬리퍼로 질끈 밟아대고 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강한 녀석들.
꼭 누굴 닮은 것 같아요.
전에 집주인은 마당에 돌을 까는 대신 돌블럭을 깔았나 봐요.
집에 애착이 각별했던 노(No or 老)총각.
채송화만 심었는데 심지도 않았던 봉숭아는
언제 쑤욱 올라왔을까요.
미니장미 글씨체가 절 닮았네요.
세 그루에서 한 그루 죽고 남은 두 그루 중에서....
이번 태풍에 가장 자지러지게 자빠졌던
노란꽃 이 화초가 오이인지 참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반대로 태풍 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출현한 넝쿨식물(둥근잎 유홍초)입니다.
분꽃 숲에서 한 줄기 뻗어 올라와 주홍꽃까지 달고 있네요.
최근에 가장 신기한 경험을 시켜준 저 꽃.
이사하고 바로 여름상추 모종을 사서 심었는데
30개가 너무 많아 울타리 안팎으로 나누었죠.
꼭 먹어야 겠다 보다는 그냥 키우는 게 재밌다...
하다가 태풍 후, 짓물렀길래 골로 보냈습니다.
버린 바구니에 심은 들풀입니다. 보색이 어울리네요. 남편은 주황색 저 꽃을 가장 이뻐하네요.
여러 번 꽃을 피우고 지우고 또 피우는 민들레 그 옆에 오천 원을 주고 직접 샀던 토기화분.
얜... 어디에 핀 채송화일까요.
한참을 앉아 지켜보다 보면 꽃봉우리 여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채송화.
오늘 아침에도 꽃잎을 열더군요.
5년이나 옆에 있어 준 사랑초. 아기별꽃 닮은 꽃잎이 앙증맞아요.
대문 밖 채송화. 한 줄기 꺽어 심었는데 어쩌면...
남천이란 이름의 화초. 나무가 될 수 있을까...기다림.
공부방 뒷산에서 올 봄 한 줄 캐왔던 돗(돈)나물. 일부는 초고추장 얹어서 먹고 일부는 심고.
담장 사이드를 꽉 메우고 있는 분꽃들.
월담한 호박잎이 창고에서 드뎌 빨간지붕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눈부신 초록.
어머 하트무늬가 있었네..하자, 옆에 있던 남자 ; 무슨 '한나라당 마크 같다' 고 해요.
전생에 맨드라미랑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그는 맨드라미꽃만 보면 징그럽다 고 합니다.
아코디언이나 닭 벼슬같은게...좀 그래도, 그냥 꽃이고 풀이라 난 좋구먼! 하죠.
새 것을 살까 말까 하다가 올 여름 샤워용 슬리퍼로
한 해 더 신었던 것이,
나의 모습처럼 많이 낡았군요.
포토_ by 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