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즉흥시 한 편

미송 2012. 9. 3. 00:08

     

     

     

    즉흥시 한 편 / 오정자

     

     

    우리는 동일한 씨앗이다

    말하자면

    서재와 서재 사이

    당신 컴퓨터와 내 컴퓨터 사이

    한 칸 통과하면 만나는 사이다 

     

    시계를 본 적이 없다

    귓볼에 속삭인다

    소리 없이

    내 말을 해석할 수 있겠니

    흩어지는 것들은 이미 흩어졌던 것들

    그러나

     

    우리는 열린 건축가

    개폐구 확실한 감동들

    그것은 불변의 성질

    우리는 변별辨別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말하지 않는다

    당신이 품은 씨앗은 나의 텍스트

     

    중간지점에서 우리가 쾅 하고

    부딪쳤을 때 일치했던 마음은  

    국외자局外者부적절한 것들 일제히

    말소抹消하에 두어야 한다 외칠 때에도

    남은 판독물들을 다 뿌렸던가

     

    씨앗처럼, 열린 門처럼, 보혈처럼

    흩어지는 별빛으로

    꽃들은 사라진다

    변치 않는 건, 

    동일한 씨앗이란 사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