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꽃도둑

미송 2015. 4. 27. 10:45

     

     

     

     

    꽃도둑 / 오정자

     

    담장 밖 꽃나무가 없어졌어요

    꽃도둑 소행인 것 같아요

    아프로디테가 가져갔을까요

    분신이라고 자기 뱃속에 넣었을까요

     

    늦은 저녁 도둑 앞에 꽃자를 붙이며 웃고 있는데

    야윈 고양이 한 마리 담장 안으로 넘어왔어요

    고양이와 눈빛이 맞던 5초 사이

    돌아서려던 고양이 그림자를 

    담벼락으로 가두었죠 초침소리에 

    최면을 걸었죠, 꼼짝마

     

    꽃도둑처럼 말없이 고양이는 사라졌어요

     

    당신은 꽃도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야 뭐, 아름다움을 훔쳐 간 놈이라고요.

     

     

    7월에 담장 밖에 심었던 꽃나무 묘목 몇 그루가 자꾸 사라진다. 도둑을 맞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채송화만 심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거금을 들인 건 아니지만 기분이 안 좋다. 어이없이 웃다가 울적해지다가, 에잇 잘 키워주면 되지 뭐, 한다.

     

     

       Michael Logozar - Awakening

     

     

    20121002-201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