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오감도(烏瞰圖) 후속

미송 2012. 10. 7. 13:04

 

 

 

 

오감도(烏瞰圖) 후속 / 오정자

 

13인의어른이모래구멍을파고있소

(공간은바닷가가아닌시장이어도좋소)

제1의방패연과여섯명의어른들이손잡고놀자그리오

제2의활과다섯명의어른들이손잡고놀자그리오

제1의방패연과여섯명의어른들이즐겁게계산도하고그리오

제2의활과다섯명의어른들이분개하여계산도하고그리오

제1의숫자가제2의숫자보다많다고즐겁게떠들고그리오

제2의숫자가제1의숫자보다적다고분개하여떨고그리오

(시간은20세기아해것이어도좋고21세기어른것이어도좋소)

제1의방패연과여섯명의어른들도무섭다고그리오

제2의활과다섯명의어른들도무섭다고그리오

누가무서운지누가무서워하는지도모른다그리오

13인의무서워하는어른들과13인의무서운어른들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어른들과다른사정들은없는것이차라리낫소)

제1의방패연과여섯명의어른들이무서운어른들이라해도좋소

제2의활과다섯명의어른들이무서운어른들이라해도좋소

서로무서워해도좋고안무서워해도좋소

(공간은자유스런바닷가라도적당하오)

13인의어른이바닷가에서모래구멍을파지않아도좋소

숲속에두어른이누워있소

입어도좋고벗어도좋은두어른이서로의구멍을파고있소

무서운어른일필요도무서워하는어른일필요도없는두어른이오

숲속에누워구멍파는것이그저즐겁다고만그러오

 

시작노트

 

<단절이란, 공영체 구성원 각자가 소외되어 있다는 뜻으로, 서로 모르고 있다는 것은 공영체에의 참여 없이 각자가 자폐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느 일부가 가해자이고 다른 일부가 피해자가 아니라 모두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라면 현대인은 또한 그 자신 공동죄의 범법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인이 소외되고 자폐되고 물화된 원인을 그들 스스로가 범한 공동죄에서 찾을 수 있게 된다>

 

오감도에 대한 오세영 시인의 평론이 그나마 근접하게 닿는다. 공영체란 말에 ‘영’은 營이 아니라 靈을 넣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숙제처럼 느껴지기만 했던 이상의 오감도, 며칠 전 ‘다시읽는 오세영의 평론’을 통해 조명하다가 불쑥 후속 하나 끄적인다. 주제넘게, 저 창공 까마귀만도 못한 내가 또, 감히 삐딱하게 날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