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기형도<엄마생각>

미송 2012. 11. 26. 18:04

 

엄마생각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한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안개 시인 기형도. 지금도 살아 시를 쓰고 있다면 그의 나이 53세다. 요절한 남자 아쉬운 사람, 기형도의 '엄마생각'을 읽는다.

무슨 말을 끌어내고 싶었는지 2008년 독서지도 시간에 만났던 그의 '엄마생각'을 찾았다. 왠지 다르게 읽혀지리라 예감하며.

엄마 안 오시네 엄마 안 오시네... 초등 3학년 쯤 된 아이의 간절했을 기다림을 상상하자니 마음이 아프다.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엄마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는... 고백을 나는 가벼이 '시적이네 어쩌네' 말할 수 없겠다 (삶은 시보다 더 시적이고 화엄경보다 더 경건한 것).

나의 아이들은 얼만큼 컸을까. 사랑의 본질이 늘 그렇듯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종종 죄의식으로 살아난다.

엄마를 생각하는 나의 아이들의 생각은 어떤 빛깔일까, 어떤 소리로 세상과 어울리고 있을까. 엄마마음 알어....라고

오히려 엄마생각을 하는 아들. 정말 성인이 되긴 된 걸까. 이 땅의 아이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아들들 뿐 아니라 이웃의 딸들도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나는 늙어가겠으나, 내 아이들만은 늙지 말고 더 오래 싱싱하게 환했으면.... 엄마생각은 그런데....;;

<오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