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김지녀<지구의 속도>
미송
2012. 12. 21. 21:52
낮이 지나가는 속도를, 밤이 지나가는 속도를 완벽히 감각하며 살 수는 없어요. 낮과 밤이 흐르는 속도가 빌딩의 회전문 같다면
우리는 살 수가 없지요. 분명 호되게 현기증에 시달리고 말테니. 별자리를 유심히 살펴볼 기회도 없는 우리는 기침을 하고, 두통을 앓고,
가벼운 멀미를 앓을 뿐이죠. 그것이 지구의 속도 때문임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그렇다고 불끈 쥔 주먹을 하고 살아야 할까요.
눈물은 눈물로, 미소는 미소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지요. 눈물과 미소의 원천과 속도를 알 수 없듯이.
오규원 시인은 생전에 남긴 한 시구(詩句)에서 이렇게 노래했지요. “만물은 흔들리면서 흔들리는 만큼 / 튼튼한 줄기를 얻고 /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 살아있는 잎인 것을 증명한다”라고.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