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이기적 유전자들

미송 2012. 12. 23. 11:39

     

     

    이기적 유전자들

    -마이클 잭슨의 좀비 춤을 보다가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야 할 때 나는 종종 숙주宿主가 된 기분이 들어

    동충하초 속 곰팡이랄까 미친 듯 먹어치우게 만드는 나방 속 애벌레랄까

    가령 당신의 눈썹위로 고개를 삐죽 내밀다 들어간 기생충을 보았다 할까

    에이취 소리의 재채기로 자신을 퍼뜨리는 감기 바이러스,

    하물며 무소불위 무소부재를 끈질기게 주입하는 신神마저도

    내 몸을 숙주로 삼는다

     

    좀비다 내 몸의 세균 덩어리들이다 아니, 내 몸은 세균 덩어리다!

    창문을 열고 이웃집 마당에 두 마리 강아지를 구경했지

    두 마리 다 암캐였는데 한쪽이 엄청 설치더군 그 암캐가

    주눅이 든 암캐를 향해 꾸짖는지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었어

    두 마리 사이에도 서열이 생기는 구나 생각을 했지

    호랑이는 홀로 살아간다 거느리는 것도 귀찮아! 그러면서

    반면에 사자는 군림하는 걸 좋아해 늙으면 어차피 쫓겨날 거면서

    신기한 세계는 동물의 왕국에 다 있었다

    숙주란 말을 몰랐던 여섯 살 때 그들이 나오는

    화면 속에서 나는 놀았지 그렇다면 내 안목眼目의 숙주는 브라운 관 ?

    말도 안 되는 스릴과 서열의 공식  

    어째서 나는 마이클의 좀비 춤을 보았나 어쩌다 좀비들의 지휘자를 구경했나

    그나저나 약물 덩어리 잭슨 숙주의 여신女身을 찾긴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