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사월
미송
2012. 12. 24. 10:47
사월 / 오정자
그 날,
그리운 나뭇잎들이 서서히 돌아오던 날
나무의자에 누워 정면으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우윳빛 하늘,
나뭇가지들이 향하는 곳은 하늘일 터이나
뿌리가 하늘로부터 시작되었을까 싶게
불투명한 面과 무채색 가지들 사이에 간극이 없었다
우연히 잡힌 구도의 느낌
꽃비가 내린 다음이라 뿌연 했을까
전망이 안 보였지만
색깔이 변하여도 하늘은 하늘,
든든한 이불같았다
고려 말 문익점이 붓대에 숨긴 목화씨,
흘린 씨앗 하나가 솜으로 환생을 했는지
하늘은 잔가지들과 뿌리를 덮어주고 있었다
구분짓지 않는다
하늘을 향해 직립해 있어도 어딘가에 다 연결된 듯이,
평등한 새소리들과 年數를 따지지 않는 나무들처럼
살을 비벼도 상처입히지 않는 하늘처럼
살기 위해 걸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