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이야기
감기 이야기
두 달 더 지나야 3월인데 벌써 봄을 쓰려하다니. 아니 우연히 2008년 3월의 일기를 읽게 되다니. 그땐 봄비가 내렸고 정오 즈음까지 일기를 썼다. 부활절이 든 달이라서 여기저기서 문자가 날아왔던 것 같은데, 그것은 기록에 의한 회상일 뿐, 그 주의 주말에는 파마를 했는데, 무엇보다 무릎 치마를 입고 나가 파마를 하고 돌아오다가 감기에 걸린 일이 최고의 사건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일기를 읽으면, 정확히 나는 한강의 소설을 필사하고 있었고 거슬러 올라가 그녀의 소설 몽고반점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감기에 걸린 와중에도 열병과도 같은 생의 고난을 즐긴다느니 지껄이며 기침과 미열을 감지하며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었던가, 단지 필사를 위한 필사를 하고 있었던가. 그러면서 지금은 이 주일 전의 감기를 회상하는 쪽으로 더 기울고 있으니
2008년도의 감기와 2013년도의 감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말하려는 것이 아닌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 감기를 겪으면서 나는 면역성을 떨구었던 습관 하나를 꼬집어 고치려는 생각을 했다. 예를들어 감기 중에 목구멍이 가장 아프면 평소에 목을 자극하는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한다는 게 이번 감기에서 얻은 묘약이다. 그 외에 너무 깔끔해서 오는 면역성결핍을 막기 위해 더러는 지저분하게도 지내자 생각했다. 냄새가 좀 나더라도. 어쨌든 거의 일주일을 통과한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했지만 이주 전 지독스런 감기는 거의 살해 수준이었단 사실....잠자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식은 땀 흘리고 기침소리에 깨고). 5년 전의 나는 이미 사라진 존재다. 감기를 앓는 동안에는 소설 필사도 감기와 엉겨 붙었다 떨어지게 한다느니 하던 옛 호기를 부릴 여력도 전혀 없었으니, 그러면서도 직장 일은 했어야만 했으니. 사람이 정말로 죽을 지경이면 죽음을 말 할 수 없겠다 싶었다.
이 얘기도 살아났으니 하는 것이지만! <오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