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김기림 <바다와 나비>
미송
2013. 2. 20. 23:56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달궈진 숯불과 식은 석쇠. 날 것과 잘 구워져 진동하는 생선 냄새. 성난 근육과 야리한 허릿살.
작가의 마음에 따라 떼어놓을 수도 겹쳐 놓을 수도 있는 사물A와 B. 그러나 맛과 멋의 어우러
짐 속에 감정까지 그려놓은 듯한 저런 그림을 보노라면, 말을 잇지 못하겠다. 말을 잃겠다.
물색物色도 모르는 나비처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