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A와 A'

미송 2013. 3. 21. 08:02

     

     

    A와 A' / 오정자

     

    어느 날 플렌치장미를 본 당신이

    장미가 너무 아름다워 말하자,

    입때껏 본 장미라면 그랜디플로러가 전부인

    다른 사람이 그래 아름다워 맞장구를 쳤다 

    각자의 머릿속 그림으로 말하듯

    각자의 감탄으로 김춘수를 감상하는 우리가

    꽃이라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또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 꽃은

    플렌치도 그랜디플로러도 아니다

     

    누군가의 단 하나의 꽃이고 싶었던 김춘수도

    그랜디플로러도 플렌치도 모두 엇갈리는 빛

    무엇보다 제 이름도 모르고서 태어난 꽃들

    아무리 불러도 당신 밖의 향기 꽃은

    이름 불리는 대로 살지 않는다

    모든 이의 꽃이 내 꽃이 될 수도 없다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일,

    한 가지의 물을 네 가지로 보듯(一水四見)

    김춘수의 꽃 중 하나도 분명

    능동의 꽃이었을 거야 하는 상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