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유영석<사랑 그대로의 사랑>

미송 2013. 3. 29. 07:41

 

사랑 그대로의 사랑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못합니다.
이른 아침, 감은 눈을 억지스레 떠야 하는 피곤한 마음 속에도
나른함 속에 파묻힌 채 허덕이는 오후의 앳된 심정 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층층계단을 오르내리며 느껴지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 속에도
십년이 훨씬 넘은, 그래서 이제는 삐걱대기까지 하는 낡은 피아노 그 앞에서
지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내 눈 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마음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느낄 수 있겠죠.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도 느낄 수 있겠죠
비록 그날이, 우리가 이마를 맞댄 채 입맞춤을 나누는 아름다운 날이 아닌,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잊혀져 가게 될
각자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그런 슬픈 날이라 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건 당신께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정동진 썬카페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다정히 커피를 마시고, 푹신한 나무계단을 내려오는 연인들. 손에 손 맞잡고 떠오르는 해를 보러 해변을 향해 걷는 남녀의 얼굴은 붉다. 삐그덕거리는 계단하면, 그쯤의 배경이 젤로 적절하다. 연인들은 얼마만큼의 사랑을 했을까. 그들 경험의 숫자를 알 길은 없겠으나 계단이 흔들릴 정도로 들락거렸을 숱한 발자국만큼, 헐렁이는 올갠의 뚜껑만큼, 추억이란 낙원의 밝기만큼.... 아무튼 나는 저 시를 들을 때마다 닭살을 떠올렸는데 이십여 년을 거쳐 드문드문 어쩌다 자꾸 듣게 되었는데, 저 사람은 저 시 하나로 데뷔했다가 저 시 하나로 종을 쳤나, 그래도 성공적 인물이다, 생각을 했다. 닭살... 이건 심한 말이고, 사실 눈을 감고 듣건 눈을 뜨고 듣건 저 노래는 불후의 명작이다. 그리고 또, 에릭 프롬 아저씨의 여성편력도 슬쩍 떠올라 웃는다. 아저씨가 말했던가, only the person who has faith in himself is able to be faithful to others ; 스스로를 신뢰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에게 성실할 수 있다! 원형탈모가 시작되는 나이에 가까울수록 우리는 점점 원형을 그리워하게도 되지만, (개인적으로 난) 플라톤의 원형 이데아는 오래전 지웠지만, 사랑 그대로의 사랑 무엇이든 그대로 그 자체로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최소치의 순수양심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