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허밍
1
詩作 Note
볼륨을 내린 순간의 고요는 형광등 보다 환하여 커피물의 흐름을 잘 인식케 한다. 다만 시린 어깨와 무릎을 덮고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잠결의 속삭임을 되새기는 시각(時刻)에는 인식하는 주객(主客)을 굳이 따지지 않기로 한다. 분별심을 외면하는 한 이유는, 마치 방금 전 기침소리 같은 내 안의 분란(紛亂)과 지루하게 느껴진 회심(回心)의 변덕과 또한, 잠들기 전 나누었던 인간애에 대한 토론에서 비롯된 듯 보인다. 한 모금 커피물로 마른 목을 적시고 앉아, 체력과 정신력을 분리하지 않듯 타자(他者)와 자신(自身)을 동시에 안수(按手)하려는 이 마음. 새벽은 어린 사제(司祭)의 눈시울처럼 파랗게 번져드니, 문득 이 길로 곧장 너의 뒤척임을 만나러 떠난다면 그 곳에 분명 네가 있을 것만 같은 예감, 한 번 쯤은 어긋나도 좋았을 예감(豫感)들. 그러나 상념에서 벗어나 다시 깊은 예감으로 너를 생각하는 일이 나에게는 또한 사랑하는 일로 느껴지니, 잠을 깨워 일으킨 것은 바로 그것이었을까. 부족한 언어마저도 용납이 되는 어떤 발성(發聲) 같은 것. 쉽게 단정할 수 없어 바로 그것이야 할 수 밖에 없는 느낌의 왕래들. 여기서도 사물이나 대상과의 인과관계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니, 불교적 차원에서의 언어도단(言語道斷)이란 말을 빌릴 수밖에.
길을 걸을 때 무언가를 생각해야지 다짐하지 않아도 생각은 보폭을 따라 들어온다. 그것은 목적지에 자동차로 갈 때와는 다른 경험을 준다. 목적지는 일정해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의 생각은 다르다. 생각을 하며 걷는 일은 정신건강에 좋은 일. 물론 그래서 걷기를 즐기는 것이겠지만, 길 위에서 스치는 노래들이 꿈길로까지 찾아드는 건 어인 일일까. 나,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여 여전히 꿈을 꾸고 있네, 삶에 모든 몸짓들이 꿈의 이동인 것만 같네, 할 때의 그 고백들이 새벽을 들깨웠을까. 어제의 허밍을 더듬고 있다. 달을 보고 짖는 강아지처럼 요... 요물(妖物)스런 것이란, 참!
그래, 불러보자. 봄바람에 조각이 난 흙의 원자(原子)들을 불러보자, 신 내림하는 주문(呪文)이나 찬 마루에 엎딘 중언부언(重言復言)이 아니라면 더 좋겠으니, 어제의 길에서 만난, 기억에도 가물가물해져 버린 언어들을 불러보자. 그렇게 너는 곤한 내 잠 속으로 들어와, 바튼 기침소리를 내었으니…
2
허밍 / 오정자
무모(無謀)했다 너의 노래를 받아 적으려
먼 길을 끝없이 걸으려 했던 시도(試圖)
빛을 쳐다보려만 했음은
올해의 봄바람이 유난한 이유를 알고서
노래로서 달랬지
다만 분신자살(焚身自殺)하듯 흩어지는 너의
파편과 눈물을 주섬거렸지
올 비(雨)인가 갈 비(雨)인가 모를, 바람인지 빗물인지를
작은 우산 하나로 가리고서
노래를 불렀지 계속 걸으면서
지루한 회심의 변덕을 멈추려 했다
그때 허밍-허밍 글자 아닌 투명한 물방울 공간 안에서는
많은 일들이 춤추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밖에서만 존재하던 바람,
먼지, 속삭임 등등(等等)이
허밍(humming)속으로 스며들었다
목적지의 삼분의 이쯤 되는 길에서
노래는, 유희하던 허밍들은 멈추는 듯 했지
기분이 어땠는지 말해 줄까
좋았어, 늘 내 안에서 가사(歌詞)도 없이 불리던
너의 모든 것이 다녀간 이후(以後)라
웃었지, 순간, 반짝 떨어진 것을 주우려
고갤 숙이는데
하늘이 있더라, 거기
3
컴백……
이제 다시 잠들러 가야겠다. 내일 만나게 될 다른 꿈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