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코스모스를 위한 송가

미송 2013. 7. 8. 11:54

     

     

     

    코스모스를 위한 송가 / 오정자

    눈만 감으면 아른거리는

    프란시스 베이컨같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꽃 하나를 

    네모난 꽃 하나를 

    통과하여 보겠다고

    사각의 코스모스를 빠져나가야 한다고
    날렵하게 옷깃을 여미자

    네 개의 조각이 떨어졌다
    붉은 사과의 모서리 같은 너
    한 달 전 부딪혔을 때 

    아니 벌써 왜 아니 이제서야 왜 하며   

    두 가지 인사를 나누었다
    너는 꽃말이었을 뿐 그래 나 혼자 그랬다
    정작은 모르는 꽃들과 비눗방울과 

    만다라의 무늬들  
    원만하다 생각하는 생각 하나가
    코스모스를 통과해야 한다 고 흔들린다
    강박이다 슬프다,

    둥글거나 모난 것들은
    너의 입장을 바라보는 뜨거운 인연들은
    복합메커니즘의 사막들은 

    우두커니 서 있는 코스모스에 
    찔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몸 공굴리며 

    달아나는 것들은

     

     

    [시작노트

    시간이 꽤나 흘렀다 싶은데도 7월의 코스모스는 머릿속에서 영 떠나지 않았다. 기존의 시간개념을 무시한 꽃의 출현에 놀랐을까. 충격까지는 아니었을텐데 그 때 아마도 코스모스를 보면서 나는 그 꽃에게 어떤 사람을 투영시켰었나 보다. 제 철을 살지 못하는 아니 시절과 때를 모두 잃어버린 외로운 이의 넋이 코스모스의 환영으로 날 붙쫒았나 보다. 이처럼 사물이나 사람을 통해 인간은 결국 제 말을 하고 제 마음을 노출하는지도 모른다. 사각의 꽃이란 시가 만든 형상이다. 각角이 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온전히 둥글다는 착각을 하면서 산다. 삼각의 틀과 사각의 틀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어느 한 순간을 통과하는 비구상의 구상을 그려보았다. 얼마전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형체를 뭉개뜨려놓은 얼굴을 연상하며 내 시에도 도용했다. 이데아와 원형설의 파괴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각지대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원인자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실제적 경험같기도 하였지만 꿈이었으니 분명하다 말할 건 못된다.

     

    2010, sum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