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박철 <우리도 지금 누군가를 웃기고 있을지 모른다>
미송
2013. 7. 10. 07:18
우리도 지금 누군가를 웃기고 있을지 모른다 / 박철
젊은 코미디언이 죽었다
이제 스물여섯의 어린나이다
일찍이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웃음을 던지던 그 처자가
방송 출연을 위해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웃음을 보내기 위해 가던 중이었다
그도, 우리도, 그를 마지막 품은 길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의 몸짓 앞에서 그 누구도 웃지 않았을 것이며
그도 그렇게 밝은 얼굴로 웃음을 선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다 그는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막이 내리면 조용히 돌아가 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 아는 사실을 우리도 다만
모른 체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의 일들이므로
우리도 지금 누군가를 웃기고 있으므로
詩集<불을 지펴야겠다> 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