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자작나무의 독백

미송 2013. 8. 7. 21:25

     

     봉평 허브나라

     

     

     

    자작나무의 독백 / 오정자


    자작나무 옆
    아침이슬에 젖은 메밀 밭이
    밤새 별이 빚어 놓은 술
    그 후끈한 냄새를 맡는데
    자작나무는 하릴 없이 누워서 
    바람 냄새를 맡고 싶었나 봅니다 
    그럴 때가 있어요
    차가운 땅에 등대고 누워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직립의 일상이 너무 나른한 아침이었습니다
    나 졸도하듯 쓰러져 누워 하늘을 보면  
    혼잣말처럼 자꾸 중얼거리고 싶었습니다
    축축한 풀잎이 베개인 듯
    자작나무처럼 눕고 있어요 나 지금

     

    2006

     

    memory - 15년 전, 10년 전, 5년 전, 놀러 갔을 때마다 그 곳은 변해(맛이 슬쩍 갔단 뜻이 아니라)있었다. 산수가 느려터진 내가 손가락을 꼽아 계산하자면 아마도 그(?) 무렵 봉평에서 처음 본 자작나무를 연상하며 끄적였던 시(시가 맞나, 아차 근데 지금이 몇 년도지). 우리는 각자의 다른 기억과 추억으로 스크랩을 만들기도 하고, 또 때로는 수도꼭지에 붙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게 하는 연사 이미지를 만들며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자작나무를 기억하다 나처럼 엉뚱한 삼천포 타령을 하기도 한다. 아무튼, 자화자찬이겠지만 나는 자작나무가 역시나 좋고 자작나무가 제법 얌전히 누워 있는 시안에 옛 풍경이 맘에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