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김수영,「死靈」

미송 2015. 3. 28. 10:00

       

       

       

       

      사령(死靈)

       

                         김수영 (1921~1968)

          

       

       

      ……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黃昏)도 저 돌벽 아래 잡초(雜草)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纖細)

      행동(行動)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시집 달나라의 장난’, 1959)

       

       

       

       

      존 바에즈와 밥딜런은 내가 태어나던 그 해, 1965년 즈음에 한창 연애 중이었나 보다. 음악을 낳기 위해 입술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고 영혼을 모아 노래했나 보다. 김수영 시인 역시 내가 응애응애 울고 있을 때, 이미 각성을 던지던 중이었나 보다. 까마득한가 아니 까마득하지 않나, 불과 50년 안팎의 일을 우리는 잊고 사는 건 아닌가. 전쟁의 참혹함을 일깨우기 위해 존 바에즈는 방방곡곡에서 노래했고, 시인은 정신 좀 차리자 고 독한 눈을 부라렸을 것이다. 201212월 대통령투표 결과가 드러나던 밤뻑뻑해진 눈을 감고 들었던 노래가 존 바에즈였다. <Blowin' in the Wind> <gentle on my mind, forever young, swing low sweet chariot>.  가사는 다 몰랐지만, 마음으로 들으며 위로를 얻었. 존 바에즈는 밥딜런의 자서전에 '저항을 노래했지만 행동하진 않았던 밥딜런' 이라 고 썼다. 간디의 정신일까. 어떻게 말로 표현하지 하며 내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마음을 송두리째 가져가 대신 말로 해 주던 저들의 노래. 하여간 그랬다투표가 패배로 끝났을 때 내 마음을 대변하고 위로해 주던 것은 시인의 死靈타령이 아니라, 존 바에즈의 노래였 나는 시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시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나는 그네 타는 곡예사다. 1965년 밥딜런은 그렇게 말했고, 2015년 나는 그렇게 따라한다. <오> 

       

      20131110 - 201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