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배재형<안구건조증>
미송
2014. 4. 14. 18:25
안구건조증 / 배재형
눈물이 말라버려 슬펐지만
울지 못했다
흐린 하늘 같은 구름보다
눈물이 더 빨리 개고 있었으므로
눈부신 세상에
눈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너무 기쁘거나 웃겨도
나오려는 눈물이 말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다
눈물의 세상은 계절마다 왔지만
나를 가두지 못했다
배재형 2007년 《유심》 등단. 시집 《소통의 계보》가 있다. 야쿠르트 홍보팀 근무.
참, 심각한 병病이다. 제 눈(마음)인데 제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건 끔찍스런 일이다. 손끝에 가시 하나 박혀도 온몸이 통째로 아픈데, 우뇌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몸이면 거의 불구나 마찬가지다. 언제부터 망가졌을까, 얼마나 망가졌을까, 치유불능으로 끝나는 걸까. 얼음 심장은 스스로를 자주 전율한다. 난, 원래 얼음인간이었어, 하는 탄식소리를 오래전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난, 최소한 그렇지 않다, 말했지만 지금의 내 상태는 어떠한가, 물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도 긴 사막 길을 오래 방랑해 왔으므로. 우기는 매번 찾아 왔지만 까끌까끌한 모래들이 연약한 안구를 여러 번 다치게 했으므로. 그러므로 제 눈을 일부러 찌르거나 할 일이 아니라, 눈을 적셔 줄 착한 일, 그런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제 손으로 못하면 타인을 통해서라도 그 착한 일 하는 것을 자주 봐야 한다. 양철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와 동시 눅눅해질 수 있는 눈시울을 준비해야 한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