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천상병 <새2>外

미송 2014. 4. 18. 07:10

  

 

 

  새2 

  그러노라고
  뭐라고, 하루를 지껄이다가,
  잠잔다ㅡ

  바다의 침묵, 나는 잠잔다.
  아들이 늙은 아버지 편지를 받듯이
  꿈으로 꾼다.

  바로 그날 하루에 말한 모든 말들이,
  이미 죽은 사람들의 외마디 소리와
  서로 안으며, 사랑했던 것이나 아니었을까?
  그 꿈 속에서…… 


  하루의 언어를 위해, 나는 노래한다.
  나의 노래여, 나의 노래여,
  슬픔을 대신하여, 나의 노래는 밤에 잠잔다.


  새3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聖)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은총 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 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日沒)과 백야(白夜)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시집 『주막에서』(민음사, 1979) 중에서  

 

천상병 [千祥炳, 1930.1.29 ~ 1993.4.28] 시인
1930년 일본 효고현(兵庫県)에서 출생. 1949년 마산 중학 5년 재학 중 당신  담임교사이던 시인 김춘수의 주선으로 시 〈강물〉이 《문예》誌에 초회 추천. 1951년 《문예》誌에  평론〈나는 부하고 저항 할 것이다>를 발표하며 평론 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주막에서』(민음사, 1979)와  『요놈! 요놈! 요 이쁜 놈!』(답게, 1991),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1993, 민음사) 등이 있음. 1993년 숙환으로 타계.

 

잠들기 전, 바다 밑 어린 것들을 내내 생각하다, 이른 새벽에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새 1, 2, 3'을 2011년 봄에 읽었다. 시인이 행려병자가 되어 종로에 버려졌다가 정신병원에서 몇 개월 후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그의 유고시집이 나온 이후. '새'는 그 이전 시인이 20대 때 써 놓은 것이다. 이상李箱 시인 못지않은 천재가 아니었나, 이 아침 시인의 천재성에 깜짝 놀란다. 가슴이 아프다. 화가 난다. 한 명의 천재가 갖고 있던 사유의 힘을 우리나라 중앙정보부는 고문의 힘으로 짓밟아 버렸다. 빨갱이라는 누명 하나 씌우기 위해, 중남미 문학가들처럼 얻을 수 있었던 명망을 (물론 노년에, 김지하씨처럼 변절했을지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천재의 예지적인 두뇌를, 무참히 무참히 아주 무참히……  짓밟았다. 불행하다. 무지몽매하다. 이것이 실상이요 다시 현주소가 되었다. 지리멸렬한 토양의 운명을 견디고 있다. 가련한 풀들이다, 우리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