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시인 外 6명
(……)
지독한 삶의 냄새로부터
쉬고 싶다.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함박눈 내린다.
_「매음녀·4」부분
성병에 걸린 매음녀가 단속반에 걸려 보건소에 끌려가 강제로 진찰을 받는 장면은 인간의 수치심이나 치욕과는 먼 곳에 위치해 있다. 아랫도리를 벗고 양다리를 벌리는 익숙한 행동에서 인간의 존엄 혹은 부끄러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를 비웃는 것은 눈을 뒤집어쓴 나뭇가지뿐이다. 그때 ‘반쯤 부서진 문짝을 박살내고’ 집을 나가는 아버지가 오버랩된다. 이연주 시인의 「매음녀」 연작이 단순히 매음녀를 관찰자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암시되어 있다. 비루한 삶의 조건에 놓인 자신도 같은 궤적 위에 서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매음녀와 자신의 삶을 ‘된가래의 추억’이라고 명명한다. (22~23쪽, 해질녘 안개의 냄새–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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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그로테스크한 내면은 더러 사람과 시를 매치시킬 수 없게 만들기도 했으며, 왼손에는 담배, 오른손에는 소주잔을 들고 한참을 이야기하는 이연주 시인의 눈빛은 매혹적인 광기를 내뿜고 있었다. 당시 서로 왕래했던 시인들에 의하면 그녀의 집은 소품까지도 빨간색으로 치장되었을 정도로 빨간색을 사랑했다. 피와 정열을 상징하는 빨간색은 그녀의 시 전편에 고여 있는 죽음의 이미지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28쪽, 해질녘 안개의 냄새–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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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유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구절은 어쩌면 그녀의 삶의 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독한 절망을 통해 다다른 나라에서 그녀는 썩어 흐물거리는 그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부패의 냄새’가 없는 나라가 그녀가 원했던 공간이었다. ‘삶과 죽음 사이가 실은/ 이토록 쉽고 간단한 것을……’이라는 시 구절은 그녀의 죽음을 보는 것만 같아 두렵고 쓸쓸하다. 느닷없는 죽음은 그녀의 시 구절처럼 ‘질 나쁜 공기’가 되어 그녀를 덮쳤다. 친구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 스스로 목을 맨 것. ‘나는 간다, 종은 울린다/ 콧등이 이렇게도 싸아해 두렵기 한이 없는/ 해질녘 안개의 냄새’(「안개 통과」 부분)처럼 그녀는 떠났다. (31~32쪽, 해질녘 안개의 냄새–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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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시인 연보
1953. 전라북도 군산 출생.
1991. 『작가세계』 봄 호 「가족사진」 외 9편으로 등단.
1991. 첫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출간.
1992. 11. 12. 서른아홉의 나이에 타계.
1993. 유고 시집 『속죄양, 유다』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