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쟈크 프레베르 <열등생>

미송 2014. 7. 8. 07:49

 

열등생 / 쟈크 프레베르

 

그는 머리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가슴으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것에는 그렇다고 말하고
선생님에게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일어서서
질문을 받는다.
온갖 질문들을 받는다.
문득 그는 폭소를 터뜨리며
모든 것을 지워 버린다.
숫자도 단어도
날짜도 이름도 문장도 함정도
선생님의 위협도 아랑곳 않고
우등생들의 야유를 받으며
온갖 색깔의 분필로
불행의 흑판에
그는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여름날 아침인데 바람이 선선하다. 아차, 옆을 보니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센티한 척 내 인생 자체가 이미 가을인걸 뭐할려고 했는데 선풍기가 안 도와준다. 어쨌든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이 있다는 건(선풍기든 에어컨이든) 좋은 일아침 바람에 날리는 개털을 줍다가 문득 자끄 프레베르의 열등생이 떠올랐다. 낙엽도 아닌 것이 깃털도 아닌 것이 내내 따라다니게 만드니비관하는 척 인생 자체가 다 개털인걸 뭐, 하려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앉는다. 그래, 그렇겠다. 무식한 용기 그런 거 말고 진정 자기를 사랑한다면 저렇게 웃을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한다. 좀 더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 이 시간에도 자신을 쥐어짜듯 슬퍼하는 이가 있다면 그(그녀)의 어깨를 감싸주고 싶다. 용기를 내요 하면서 저도 영원한 열등생인 걸요 뭐 하면서나는 컨츄리 걸이란 소리를 종종 듣는다. 한 마디로 촌년이란 소리. 그 소리가 어떨 땐 욕으로 들려서 항의를 하면, 한 등급 올려서 카운티 걸이라 부른다깡 오지는 아니고 읍면 단위에서 살던 여자란 뜻이다. 카운티(메디슨카운티가 아니라)걸 소리 면할려면 오빠 나 이뽀 오빠 나 지금도 사랑해 그런 뻔한 질문일랑 생략하고 살아야지. 역시 난 열등생이다, 프레베르나 이브 몽땅 할배랑은 어울리지도 않는 말만 하고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