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붓질이거나 춤

미송 2014. 7. 21. 07:34

 

Paint : Gesine Marwedel / Photos: Thomas van de Wall

 

 

질이거나 / 오정자

천상을 향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가슴을 때립니다
모래알 한 줌이 바람결에
내 팔 안쪽에 얹힙니다 한 동안
감각의 틈이 넓어집니다

태양의 붓질은 간지럽고 부드럽고
따스해요 태양이 따스한
그림을 내 살갗에 그립니다
뼈 간 곳을 따라 경계선이 생기네요
무수한 손가락들 그림자가 선명해집니다

소금물 범벅이 된 내 체온이
수평선 쪽으로 질주하네요 내 체온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돌풍에 매달립니다

지상의 살결이 쑥밭이 되고 잠시 후
바다는 숨 멎는 꽃처럼 실신합니다
삽시간에 파도가 풍경화처럼 굳어지고
내 등허리에서 모래알 한 줌 떨어집니다.


시집 <그가 잠든 몸을 깨웠네, 2010 레터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