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이원 <일요일의 고독1>
미송
2015. 1. 31. 08:57
일요일의 고독1 / 이원
햇빛이 어린 나무 그림자를 아스팔트 바닥에서 꼼짝 못하게 하고 있다
아이가 제 그림자 속에 공을 튀기며 걸어갔다
비둘기 두 마리가 나란히 땅에서 하늘로 수평을 끌어올리며 솟구쳤다
타워크레인의 기다란 줄 끝으로 나무 한 그루가 끌어올려졌다 비닐 안에 뭉쳐진 흙더미가 뿌리를 감추고 있었다
시간은 수십만 개의 허공을 허공은 수십만 개의 항문을 동시에 오므렸다
일요일 오후, 뜨거운 햇빛이 아스팔트 위로 쏟아집니다. 햇빛이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 어린 나무 그림자를 꼼짝 못하게 하고 있네요. 제 그림자 안으로 공을 튀기려는 아이와 수평으로 날아오르려는 비둘기, 타워크레인 끝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활력을 잃은 일요일 오후의 무기력한 풍경입니다. 이 시는 햇빛에 사로잡힌 존재들을 통해서 우리를 텅 빈 허무의 심연으로 데려가려 하는 것 같습니다. <시인 최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