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의 작품

인생가시가 많이 박힌 여자

미송 2015. 2. 18. 11:26

 

 

 

 

인생가시가 많이 박힌 여자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를 찾아 나서자. 얼굴도 몸매도 마음도 못 생겼을 뿐만 아니라 살아온 인생도 아주 못 생긴 여자면 좋다. 그래서 먼발치에서 남자라도 눈에 띄면 움츠러들고 누가 말이라도 걸면 겨우 대답만 하고 황급히 사라지는 여자다. 물론 가진 것도 없다. 재주도, 인생관도 신앙심도 없고 어쩌다가 남자를 만나 자식을 낳았지만 그 마저도 떠난 여자다. 결론은 지겨운 삶과 남자의 막다른 골목에서 이것저것 체념한 체 갱년기를 앞둔 여자인데 겨우 목소리만 여자랄까,

그렇다고 내가 구원자로서 나서는 것도 아니다. 그런 여자의 행운이 되자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여자가 내 행운일 수도 있고 서로 못 생겼으니 탓할 일도 잘난 체 할 일도 없어 편하다.

 

물론 살림살이에 필요한 돈은 내가 벌지만 그녀나 나나 김치 한쪽에 만족하면 될 테니, 그다지 많은 돈도 필요 없고 꼭 하루 세 끼니 밥상을 그녀에게 받자는 일도 아닌, 그저 하루에 한 끼니 정도는 내가 손수 밥해 바칠 수도 있다. 노련하다는 것은 여자가 힘들어하는 그녀의 몫을 함께 지고 가는 일이니 뭔가 예측치 못한 편안함을 가끔 던져 감동시키는 지혜는 필요하다.

 

어제 교회서 나를 잘 따르던 삼십대 주부가 예배 도중에 간질발작을 일으켰다. 목사님의 설교를 듣던 중 별안간 몸을 옆으로 구부리더니 앞의 의자를 밀어제치며 몸을 뒤틀었다. 일찍 그녀의 상태를 듣던 바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심연으로 떨어지는 눈빛과 일그러지는 얼굴 표정이 섬뜩했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꾸물꾸물 대다가 옆으로 몸을 눕힌 채 한참을 있었다. 간질발작은 그냥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방법뿐이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그녀는 13년 전부터 이런 증세에 시달렸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다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발작하는 바람에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심하게 화상을 입어 이제 겨우 다 치료 되가는 중인데 참 안 됐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녀의 남편은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절단된 장애아다. 남편은 신체적 장애자고 부인은 정신적 장애자인 셈인데 둘의 금슬은 대단하여 남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마흔이 갓 넘은 남편의 사랑이 극진하여 긴 세월동안 아내의 간질병을 묵묵히 돌봐오고 있다.

 

이것은 부부생활의 겸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저 남자가 아니었다면, 또 저 여자가 아니었다면 자신을 돌볼 사람이 세상 천지에 아무도 없다는, 그래서 하늘의 도움으로 서로 만나 행운을 얻었다는 겸손이다. 서로가 장애자라는 약점이 그들을 굳건한 하나로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밖에 나서봐야 손가락질만 받기에 남편은 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돌아오고 아내도 역시 집에서 하루 종일 부업에 매달린다.

 

육체의 가시,

사도바울은 자신의 육체에 가시가 있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에게 그 가시를 빼달라고 수없이 기도했지만 죽을 때까지 그를 괴롭힌 가시가 안질이라고 하는 학자도 있고 간질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불가에서는 병이 있다면 고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병이 자신을 지켜 준다고 한다. 이는 사도바울이 고백한 바, 스스로가 자신을 높이고 교만해질까봐 하나님이 자기 몸에 가시를 박은 것과 같다는 논리와 통한다.

 

그렇게 인생가시가 많이 박힌 여자.

그런 여자와 햇볕 아물대는 양지를 밟아 함께 걷고 싶을 뿐이다.

 

20060925 이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