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세사르 바예호,「인생의 가장 심각한 순간」

미송 2015. 4. 13. 23:07

 

 

 

인생의 가장 심각한 순간 / 세사르 바예호

 

인생의 가장 심각한 순간 한 사람이 말했다: -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순간은 마르네 전투에서였습죠. 내가 심장에 상처를 받았을 때였어요. 다른 사람이 말했다: -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순간은, 요쿄하마의 해진 때였어요. 나는 어느 칠기 상점 처마 밑에 숨어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지요.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순간은 내가 낮잠을 잘 때 일어나요.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순간은 내가 가장 고독했을 때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순간은 내가 페루 감옥에서 있을 때였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순간은 갑자기 나의 아버지의 옆 얼굴을 훔쳐보았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말했다: -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고 하 세사르 바예호의 인생론. 그가 역설로써 인생을 논한다. 심각한 순간이 겹치다 보면 가장 심각한 순간은 저절로 쌓이는 법인데, 그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고 결론을 짓는다. 그러한가. 불가항력적인 신의 권력이 존재한다면 그에 맞서는 인간의 권력이란 것도 존재하는 법. 그것은 무엇에 대한 저항이나 힘겨룸이 아니라 어깨의 힘을 다 빼고 스스로를 편안히 풀어놓는 일. 세상을 살아가며 인력으로 되지 않는 것이 더 많음을 수긍하는 일. 그 속에는 내 가족과 이웃과 국가와 나아가 우주까지, 겹치어 있어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생각해 보면, 인생 순간 심각 고독 전투 상처 낮잠 이러한 용어들이 깡그리 관념일 뿐이라 말하게 되는 것. 이와 같은 순간에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고 말하게 된다. 앞서 말한 심각한 것들이 심각할 정도로 관념일 뿐이었으니 라고 말하게 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