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김명인,「각별한 사람」

미송 2015. 4. 29. 09:42

 

 

 

 

나이 들면 잊어버리는 게 많아지죠. 나이 들면 뇌의 역량이 준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필요한 기억들을 보호하려고 덜 중요한 것들부터 망각으로 넘겨버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허나 분명 아는 사람인데, 기억이 감감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어느 날 “떠오르지 않아서 밋밋한 얼굴로/곰곰이 각별해지는 한 사람”이 내 앞에 서 있다 해도 너무 난감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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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하다. 밍밍하다. 도드라진 것도 맛깔진 것도 아닌 것들이 때론 바락 대들 때가 있다. 나를 물로 보는 건 정말 싫다 고 발악할 때가 있다. 나만의 상상이겠지만, 밋밋이나 밍밍, 이런 류類의 말들은 맹물 같다. 맹물로 시인은 각별한 이의 형상을 짓고 있다. 여봐란 듯 말하고 있다. 이게 얼마나 각별하냐 고. 듣고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시인의 말에 꼴각 넘어간다. 극極과 극極은 통하는 법. 독자도 다급한 응답을 보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