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정윤천 <젖을 향하여>

미송 2015. 6. 14. 10:02

 

 

 

젖을 향하여 / 정윤천
  
열두 개쯤 되어 보이는
마음껏 불어난 탱탱한 젖통을
땅바닥 가깝게 늘어뜨리고
집을 향해 돌아가는
어미 개 한 마리를 본다
이때쯤이면 한낮의 햇빛들도
젖을 향하여, 일제히 제 빛을 모은다
나도 모르게 젖을 향하여
차렷, 거수경례를 하고 싶어진다.

- 작가세계 2009년 봄호

 

P 뉴스지에서 보았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떠올랐다. 태아의 탯줄을 천장에 매단 사진이다철거될 산동네 집들이 사진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태아에겐 엄마의 자궁이 전 우주이듯, 가진 게 없는 사람들에겐 굴 같은 집이 주의 전부일 수 있다.  삶이 외로움과 절망 분노와 환희 속에서 비누거품을 내 혼자서 샤워를 하는 것이라 표현한 시인의 소리를 듣는다. 젖을 향하여 경례를 하고 싶다는 시인의 우주는 물과 물이 섞여 두 소리를 지워주는 공간, 혹시 샤워실이 아니었을까.  20100820-20150614 <오>     

 

 

인디밴드를 향하여 경례-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