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이성복,「그는 참 이상한 꿈을 가졌다」

미송 2017. 6. 25. 14:47

 

그는 참 이상한 꿈을 가졌다 / 이성복

 

                                  외로운 사람은, 또한 신비롭다.

                                       그는 언제나 물기에 찬 모습,

  

                                    -고트프리드 벤, '외로운 사람은'

 

본래 자화자찬 아닌 외로움은 없어서, 아무도 보는 사

람 없는 걸 알면, 그 으악새 슬피 우는 울음 딱 그쳐버리

거나, 자못 심각한 표정 거두시고 헤시시 웃는다. 본래

진기명기 아닌 외로움은 없어서, 한 공주 한 왕자 하고

나서도 고색창연한 연기는 계속된다. 제 연기를 고백하

는 연기, 제 연기를 부정하는 연기. 제 연기를 모독하고

타도하고 끝내 聖化하는 연기. 외로운 사람은 끝없이 풍

선을 불어댄다. 그는 제가 부는 풍선 속으로 들어가려는

참 이상한 꿈을 가졌다.

 

 

옷 가게 손님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말. 아휴 살 빼야지. 살 때문에 맘에 드는 옷이 맞지 않으니 자동으로 나오는 말. 그렇다고 다음에 왔을 때 좀 빠졌나 하고 보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찐 상태그러면서 왜 살 빼야지 살 빼야지 노랠 했지. 나 역시 예외는 아니지. 웬수가 따로 없지회덮밥 일인분을 먹고 후식으로 초밥 한 접시를 먹는다든가, 잠들기 전 뻥튀기를 물 마시고 또 먹는다든가. 술 드신 아버지가 자정 넘어 사들고 온 간식을 졸면서 먹었던 추억까지 떠드니. 그런 나쁜 짓을 고치지 못하다간 꼭 거울 앞에만 서면, 살이 낑겨 쟈크가 올라가지 않을 때면, 살 타령이니.  보편적 사고(accident)에 내가 낑겨 있다는 게 놀랄 일도 칭찬 들을 일도 아니지만. 암튼 사람들은 이상한 꿈을 가졌. 오늘 이루지 못한 꿈을 내일은 꼭 이루리라는 꿈. 다이어트 같은 꿈. <>

 

20150618-201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