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김사인, 「8월」

미송 2015. 8. 19. 23:12

 

 

황새 다리 더 길어져 가을 깊으면 물 말아 찬밥 한술 뜨고 이웃에 곶감이나 깎아 주러 간다던 시인, 숫기 없이 꿈 덜 깬 두 산짐승으로 손도 한번 잡아 보지 않고 가만히 좋아하는 시인의 어느 여름 계곡에 이런 부다당 부다다당이 들어 있었는지. 긴머리 가시내는 아니지만 8월에는 누구라도 그가 모는 야마하 150 뒷자리에 그의 허리를 안고 타고 싶어지리라. 기차는 칙칙폭폭 떠나간다는 상투적 의성어를 쓰지 않고 미당은 트락탁탁이라는 의성어를 썼었던가? 비트시대의 데카당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8월의 벌건 태양 아래 노출된 젊음을 말이지, 쌍…이라는 어미로 기차게 출렁이게 한다. <문정희>

 

--------------------------------------------------------------------------------------------------------------------------

잘 개발된 의성어 한 두개로 이렇듯 시맛을 살리다니, 놀랍다. 고인이 된 사부님의 비상투적 의성어까지 기억하다니, 역시 놀랍다. 사람은 대부분 겉과 속이 그닥 일치하지 않는 구나, 생각이 드니 심드렁해 진다. 우선 나는 시의 맛보다 시를 쓴 시인의 이미지와 시를 읽어준 시인의 야사 몇 개가 떠오르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맨해튼의 S시인은 국민학교 동창인 M시인을 무척 자랑스럽게 말했던 것 같다. 내 앞에서 국민학생처럼 그녀의 이름을 불러가면서 말이다그녀가 미당의 제자였단 얘기도 그때 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나만 모르는 내 소문을 남들이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이 드니 다시 심드렁해 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는 참 싱싱하니, 놀라울 뿐이다. 쌍. 욕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