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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 - 유홍초
미송
2015. 8. 23. 08:23
사람의 이름을 닮은 '저 꽃'을 담아 놓는다. 담장 안팎으로 그득히 피어오르는 꽃들.
꽃이 피기 전에는 저 풀들이 과연 꽃을 피워낼까 했는데, 한 둘 주홍빛을 띄우며 꽃은 피기
시작한다. 연신 기대어 있지 않으면, 가끔 안간힘을 쏟아 기어오르는 저 꽃, 아니 저 풀.
저 꽃은 여리디 연한 풀들의 궁극적 직립을 견인해 왔단 점에서 위대해 뵌다.
알고 나면 참 쉬운 이름인데, 한 동안은 몰랐고 또 알았다가도 잊고 지내 왔다. 유홍초.
누가 지어준 이름일까. 오홍초도 어울릴 듯 싶은데.... 2012년 8월 혹독한 여름장마
후, 저 꽃을 만났던 기억이다. 9월 2일 앨범에 애써 찾은 꽃 이름이 남아 있다. 한동안
잊었는데, 올해 다시 돌아와 집 둘레를 온통 휘감고 있으니, 어찌 불러주지 않을 소냐.
심지 않았어도, 다시 뿌리지 않았어도, 설마 의심하다 잊었어도, 저 꽃은 그 자리 자기가
꽃 피웠던 그 자리에 뿌리와 씨알을 묻어두고 있었다. 주홍빛 귀여운 저 꽃잎이 풀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으니, 구월은 고고히 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뙤약볕에 시들거리던 초록 풀의
남은 물기와 함께 오는 것이로구나, 생각이 든다. 저 꽃을 잠시 생각한다, 틈을 주지 않고
피어난 틈서리 곁 수줍은 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