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트레스
1
비명
조금 있다 더 시끄러워지면 끌 거야 하며 듣던 자우림 야 요즘 애들 노래는 어째 쥐어짠 시 같냐 는 말에 고구마 얹은 밥을 먹으며 듣던 자우림을 삭제한다 고구마를 이렇게라도 먹어야 겠어 먹겠다고 사 놓은 건데 잘 안 먹히네 중얼거리는데 그래 이렇게 먹어도 괜찮네 명란젓갈 위로 들기름을 뿌려주고 한 숟가락 입 속으로 들기름을 떠 넣던 남자가 들기름이 어제 오늘 술술 넘어가네 뉴올리언스 블루스풍
2
벌쭘
왜 내 벽장 속엔 손님들만 가득한가 그림 속 떡은 원하지 않는데 왜 네 사진들로만 빽빽한가 쉬지 않고 벨을 울리는가 왜 휴무일의 단잠을 깨우는가 말 하고 싶지 않은데 왜 자꾸 내 생각을 묻는가 왜 왜 꾸준하게 대인기피증과 광장공포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나는 왜 보고 싶지 않은 글들을 읽느라고 시력만 약해지고 있는가 왜 왜 소곤대고픈 것 많은데 도깨비들 앞에 서서 연설을 하라 하는가 왜 왜 내 벽장 속엔 아무 것도 없는데 커밍아웃을 자꾸 요구하는가
3
염치
날씨가 파렴치하다니 날씨가 뭐 인간성이라도 되는가 파렴치란 자고로 염치가 없다는 뜻인데 사람이면 눈치 코치 염치 중 하나라도 있어야지 없으면 사 와야지 시인들은 시방이 봄이라 고 수십 년 째 목이 쉬어라 외치고 섰는데 뒤끝 드럽게 수상하다 폭설 쏟아 붓는 저 하늘 저 파렴치한 날씨 같으니라고
4
비밀
아이들은 비밀 나눔을 광고처럼 실천하지 얘 넌 그래도 그렇지 중딩이가 어째 초딩 5학년을 초딩 5학년이 어째 초딩 3학년을 그러면 얽히고설킨 연애담을 깔깔대며 풀어놓다 콱 깨물어 죽이고 싶단 표정으로 열 살짜리 애인을 자랑하지 웃기는 짬뽕 얼큰한 국물같은 너무나 비밀스런 이야기를 레즈비언 두 소녀가 지껄이면 엇갈린 상대 소년들의 연애로 포장된 우정은 깨춤을 추고 제 3의 한 소녀는 달려와 우울을 호소하지 어른인 내가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 않는 우울을
5
맹목
때론 프로그램에 신경 쓰지 않은 채 쉴 수 있는 맹목도 필요하다 나침판 핀을 잠시 교정하드키
6
머신들
변함없이 딱딱하다 혀 밑에 힘세그라라도 붙였나 죽지도 않는다 여운이 없어 간절하지 않다 필요할 때 이용하면 되니 유익하다 백지처럼 온갖 말을 기록해 준다 오래오래 저장해 준다 전철 안에서 커피숍에서 침대 위 연인 앞에서 가장 인간다운 포즈로 쉰다 인간인가 착각할 때도 많다 서로의 눈동자를 찌른다 인사법도 필요 없다 서로의 뺨을 강하게 치면 그게 뜨거운 인사다 빠져들면 속 깊은 양동이 같아서 햇병아리들은 빠져나오지 못한다 시간 죽이기에 딱이다 더 이상의 니르바나를 꿈 꿀 필요가 없다 오늘 아침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꼴통인 사내아이를 낳아 본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생각하며 조물주가 자신의 피조물들을 급하게 후회했을 때의 심정이 아마 이 엄마의 심정같은 절박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머신을 대하는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